60년 ‘불투명한 계란값’ 손질…담합 고리 끊고 가격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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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로 ‘생산자 고시’ 제동…실거래가 중심 가격 개편 분수령
‘후장기 할인’ 정산 관행 수술…표준계약서로 깜깜이 거래 손질

서울 시내 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News1
서울 시내 마트에 계란이 진열돼 있다.ⓒ News1
공정거래위원회가 계란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대한산란계협회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심의하기로 하면서, 60년간 이어져 온 계란 가격 결정 관행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공정위의 판단 결과가 농정당국이 추진 중인 계란 가격 결정 체계 투명화 작업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관은 최근 대한산란계협회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앞으로 대한산란계협회의 의견을 청취하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협회가 2023년 무렵부터 지난해까지 계란 가격 인상을 주도해 시장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년 이어온 계란 가격 결정 관행, 이번에는 바뀔까

계란 가격 고시 관행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생산자단체 중심의 가격 결정 구조다.

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당시 생산자단체는 계란 산지가격을 고시(가격고시)해 왔는데, 이는 농가와 유통상인 간에 실제 거래된 가격이 아니라 미래 거래에서의 희망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관행은 유통상인에 비해 협상력이 약한 생산 농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유지됐다.

과거에는 가격 고시 이후 일정 시차를 두고 실제 거래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상당수 농가가 고시 가격을 사실상 거래 기준으로 삼는 관행이 굳어지면서 담합 의혹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생산자단체와 유통·가공업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계란가격조정협의회’를 운영하며 가격 결정 체계 개선을 추진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경쟁 제한 가능성을 이유로 우려를 제기하면서, 부처 간 엇박자가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남의 한 양계장 모습.ⓒ News1
전남의 한 양계장 모습.ⓒ News1


현재 정부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실제 산지 거래 가격을 매일 조사·공표하고, 주 1회 ‘계란 수급 동향 정보지’를 통해 수급 전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전환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자단체가 발표한 ‘미래의 가격’이 거래 기준으로 작동했다면, 현재는 공공기관이 이미 형성된 산지 거래 가격과 수급 정보를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농가와 유통업체가 개별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하는 구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란 가격은 농가와 유통업체가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하는데, 고시 가격 이하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담합 의혹을 받는 대한산란계협회는 계란 가격 상승의 원인이 정부의 동물복지 정책 변화로 인한 단위 면적당 사육 마릿수 감소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란 가격 고시 뒤에는 유통 관행도 맞물려 있어…표준계약서 도입 추진

계란 가격 고시 관행이 유지된 배경에는 농가와 유통상인 간의 거래 관행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란 유통 과정에서는 유통상인이 농가로부터 계란을 매입할 때 매입 가격을 확정하지 않고, 선별 과정에서 발생한 등외란 비중이나 납품 가격 등을 반영해 4~6주 뒤 대금을 정산하는 ‘후장기 할인(D/C) 결제’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단체의 고시 가격이 사후 정산의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가격 고시 관행이 쉽게 유지돼 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실거래 가격과 검수 기준 등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이런 관행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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