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에 ‘CHANNEL DELETED’ 경고가 표시된 이미지와 인공지능을 상징하는 그래픽. 플랫폼이 저품질 AI 콘텐츠에 대한 단속과 수익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일러스트=챗GPT AI 생성
유튜브가 반복 구조의 저품질 AI 콘텐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일부 AI·영화 리뷰·정치 채널이 삭제되거나 수익 창출이 제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수십억 회 조회 수를 기록한 채널들까지 단기간에 플랫폼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플랫폼이 인정하는 ‘수익 가능한 트래픽’의 기준이 재설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제까지 구독자 90만 명이 보던 채널이, 오늘은 검색창에서도 사라졌어요.” 최근 스레드에 올라온 글이다. AI 기반 콘텐츠 채널들이 연쇄적으로 삭제되거나 수익이 제한되면서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살아남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도 유튜브와 SNS 광고에는 여전히 “하루 10분 투자로 월 500~1000만 원 자동 수익”이라는 문구가 떠돈다. 생성형 AI로 얼굴 노출 없이 영상을 대량 생산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른바 ‘AI 유튜버 양성’ 유료 강의다. 그러나 조회 수 수십억 회를 기록한 채널들조차 단기간에 플랫폼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이른바 ‘AI 황금광’이 기회였는지 착시였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
● 조회 수 47억도 소용없었다…유튜브의 ‘AI 대청소’
온라인 동영상 편집 플랫폼 캡윙(Kapwing)은 최근 ‘AI 슬롭(AI slop·저품질 AI 콘텐츠)’으로 분류되는 채널들을 별도로 정리하고, 반복 구조의 대량 생산형 콘텐츠가 플랫폼 신뢰도와 수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해당 자료는 AI 기반 채널 생태계를 사례 중심으로 정리한 목록에 가깝다.
더 버지(The Verge) 등 외신은 이 자료를 근거로, 목록에 포함된 채널들 가운데 삭제·비공개 처리 또는 수익 창출 중단 등 상태 변화가 확인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채널의 합산 누적 조회 수는 약 47억 회, 구독자 수는 약 3500만 명 규모로 추산된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대표 사례로는 구독자 약 590만 명의 스페인어권 채널 ‘Cuentos Fascinantes’와 580만 명 이상이 구독하던 ‘Imperio de Jesús’가 포함된다. 두 채널은 최근 플랫폼에서 더 이상 확인되지 않으며, 외부 데이터 기반 추정에 따르면 삭제된 AI 채널 전체의 연간 광고 수익은 합산 약 1000만 달러(약 14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수년간 쌓아 올린 트래픽도 플랫폼 기준 변화 앞에서는 단기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누적 조회 수 약 20억 회를 기록한 ‘3분 지혜’ 등 국내 주요 AI 기반 채널들도 강화된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AI를 썼다고 모두 제재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는 이번 조치가 AI 사용 금지가 아니라 플랫폼 신뢰도 관리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식 가이드라인을 통해 “단순히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는다”며 “스팸성 업로드, 기만적 행위, 반복 구조의 저품질 콘텐츠를 대량 생산해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경우를 주요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닐 모한은 지난 1월 연례 서한에서 “진짜 콘텐츠와 AI 생성 콘텐츠를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AI 슬롭 관리를 2026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딥페이크와 합성 영상이 플랫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복적이고 저품질인 AI 콘텐츠 확산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생성형 AI로 제작된 영상에 대해 ‘변형·합성 콘텐츠’ 여부를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실제 인물의 얼굴이나 음성이 무단으로 사용된 경우 이를 자동 감지하는 ‘유사성 탐지’ 기능도 확대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합성 미디어에 대해서는 콘텐츠 삭제나 수익 창출 중단 등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
유튜브가 저품질 AI 콘텐츠 단속을 강화하면서 수십억 조회 채널도 삭제·수익 중단 대상이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광고업계 “저품질 AI 영상에 내 광고 붙는 걸 반길 광고주는 없다”
광고업계는 이번 조치를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해석한다. 핵심은 ‘브랜드 안전성’이다. 출처와 제작 방식이 불분명한 AI 합성 영상이 늘어날 경우 광고주들이 브랜드 노출 환경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 브랜드 광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AI 합성 영상 앞에 붙는 것을 반길 광고주는 거의 없다”며 “결국 광고주는 조회 수만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 옆에 광고가 노출되는지도 중요하게 본다”라고 말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AI로 대량 생산된 영상이 서버와 트래픽 비용을 늘리는 반면 광고 수익과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구조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조회 수가 높은 영상보다, 광고주가 안심하고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 “AI로 돈 번다”는 유료 강의 시장의 모순
이런 환경 변화와 달리 유튜브·인스타그램·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여전히 ‘AI로 돈 버는 공식’을 파는 유료 강의가 넘쳐난다. 자동 생성 대본·합성 음성·스톡 영상 조합을 통해 영상을 대량 생산하는 방식을 가르쳐 준다.
하지만 이 방식 자체가 유튜브가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복 구조의 저품질 콘텐츠’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강의에서 배운 방식대로 영상을 대량 생산할수록 알고리즘 노출이 줄어들거나 채널 자체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업계에서는 “정말로 AI 영상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면 굳이 강의를 팔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 효율의 시대에서 ‘신뢰의 시대로’
유튜브의 이번 조치는 AI 기술 자체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광고주와 이용자가 안심하고 함께 머무를 수 있는 환경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정하는 데 가깝다. 대량 생산과 알고리즘 최적화로 조회 수를 쌓는 방식은 여전히 가능하다. 그러나 플랫폼 최고경영진이 직접 AI 슬롭 관리를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는 점은 신뢰를 잃은 트래픽은 더 이상 핵심 자산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AI는 계속 확장된다. 그리고 플랫폼은 이제 트래픽이 아니라 신뢰에 돈을 걸기 시작했다. 사람이 볼 이유가 없는 조회 수는 더 이상 플랫폼의 자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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