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름’ 삼양1963 vs ‘닭고기’ 베이스 신라면 골드
농심 신상열·삼양식품 전병우 나란히 승진…글로벌 경쟁 확대
왼쪽부터 신상열 농심 부사장,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 ⓒ News1
국내 대표 라면 업체인 농심(004370)과 삼양식품(003230)이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내세우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달 ‘근본 라면’을 내세우면서 신제품 ‘삼양1963’을 출시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출시했던 삼양식품의 헤리티지를 담았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의 핵심이었던 ‘우지’(소기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삼양1963은 출시 한 달 만에 70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등 소비자들의 향수 자극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소고기 기름’을 내세운 삼양식품과 달리 농심은 ‘닭고기 육수’를 내세웠다.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의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내년부터 ‘신라면 골드’를 선보인다.
신라면 골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인 닭고기를 우려낸 육수에 강황과 큐민 등으로 독특한 향을 구현했다.
왼쪽부터 농심 신라면 골드, 삼양식품 삼양1963(각사 제공)
두 업체의 관계는 미묘하다. 국내 라면 시장에서는 농심이 신라면을 앞세워 명확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전체 매출로도 농심이 크게 앞서지만, 삼양식품은 불닭의 해외 매출로 수익성에서 앞선다.
미래 사업을 젊은 오너 3세가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농심은 지난달 21일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삼양식품도 지난달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내년도 정기 인사를 밝혔다.
신 부사장과 전 전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각각 농심 미래사업실장,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는 점에서도 평행선을 그린다.
농심과 삼양식품 모두 국내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업체이지만, K-푸드 열풍과 함께 글로벌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의 경쟁은 글로벌 시장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젊은 오너3세가 회사의 중역을 맡아 글로벌 경쟁을 책임질 전망이다.
농심은 지난해 10월 미국 2공장 신규 증설 라인 가동에 이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7월 밀양 2공장을 추가해 수출 공급 능력을 높였으며, 2027년 1월을 목표로 중국 현지 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농심 측은 “우지 라면과 치킨 육수 라면은 완전히 다른 타입의 제품이다. 신라면 골드는 적절한 감칠맛과 매콤함이 딱 곁들여져 있는 제품”이라며 “회사의 신제품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삼양식품 측에서는 “삼양 1963은 타사 제품과 직접적인 경쟁하는 제품이 아니다”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프로모션을 펼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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