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펫푸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제조 방식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둘러싼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업계에서는 OEM을 단순 위탁 생산이 아닌 ‘관리 중심의 품질 운영 방식’으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은 2022년 1조 7610억 원 규모에서 연평균 약 6% 성장해 2028년에는 약 2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이른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가격 중심에서 원료 출처, 영양 설계, 제조 공정의 안전성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OEM 방식은 여전히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펫푸드 브랜드가 OEM을 활용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원료 관리의 불투명성이나 교차 오염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OEM 자체보다는 ‘운영과 관리 방식’이 품질 신뢰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리형 OEM’ 모델을 운영하는 사례로 언급된다. 네츄럴코어는 모든 제품을 OEM 방식으로 생산하지만 제조사 선정 단계부터 원재료 검수, 설비·위생 점검, 제조 공정 관리, 출고 전 검증까지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네츄럴코어 측은 사람 식품 제조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조사 에이치디씨 전경
네츄럴코어는 국내외 약 30여 개 제조사와 협력해 펫푸드 및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제조사 선정 시에는 식품 제조 경험과 위생 관리 수준, 설비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기준에 미달할 경우 협력을 진행하지 않는다. 원재료 입고 단계에서는 잔류농약, 중금속, 미생물 검사를 실시하고 제조 과정에서는 온도와 시간 등 가공 조건을 세밀하게 관리한다고 한다. 완제품 역시 기호성 및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출고된다.
해외 제조 네트워크 역시 관리형 OEM 전략의 한 축이다. 네츄럴코어는 유럽 사료 제조사 바포 그룹(VAFO Group), 몽골의 육가공 전문기업 오치르다기나스(Ochirdaginas LLC), 중국 연태롱충식품유한회사 등 수산물·육가공·사료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해외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들 제조사는 HACCP, ISO22000 등 국제 식품 안전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제조 환경을 갖추고 있고 원료부터 출하까지 전 공정을 추적 관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OEM을 바라보는 기준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OEM은 비용 절감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제조 전문성과 품질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도 ‘OEM 여부’보다 ‘관리 수준’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6000톤 이상 식품 생산 규모와 1만 2500제곱미터(㎡) 이상 면적의 반려동물 식품 전용 제조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연태롱충식품유한회사’ 전경 및 제조공정 이 같은 흐름은 해외 시장에서도 유사하다. 글로벌 펫푸드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직접 생산 시설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제조 전반을 통제하고 책임지는 구조를 갖추면 일정 수준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OEM을 활용하되, 품질 관리 기준과 검증 시스템을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츄럴코어는 이러한 OEM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를 활용한 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이진영 네츄럴코어 대표는 “OEM은 단순한 생산 위탁이 아니라 동일한 품질 기준과 책임을 공유하는 협업 구조”라면서 “제조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펫푸드 시장이 점차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OEM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변화하고 있다. OEM 여부보다는 제조 과정 전반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신뢰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품질 관리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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