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돌아온 우지 라면… ‘나쁜기름 우려’, 정말 괜찮을까?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11월 3일 15시 53분


삼양식품, 우지 사용 ‘삼양1963’ 출시
건강성 우려에 “팜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맛’ 위해 원가 부담… “삼양라면 이상 판매 목표”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삼양1963’을 소개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삼양1963’을 소개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우지(牛脂·소기름) 파동’으로 사라졌던 ‘우지 라면’이 36년 만에 돌아온다. 우지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우려 속에서도 삼양식품은 ‘진짜 맛’이라는 진정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삼양식품은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삼양1963’ 출시 발표회를 진행했다. 해당 제품은 1960년대 라면 유탕 처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특히 동물성 기름(우지)과 식물성 기름(팜유)을 황금 비율로 혼합한 기름으로 면을 튀겼다.

우지 라면은 사실 삼양라면의 뿌리와도 같다.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일본 묘조(明星) 식품에서 기술과 기계를 도입해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이때부터 삼양식품은 우지와 팜유를 섞은 기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1989년 11월 3일 검찰에서 삼양식품 등 라면회사들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고 발표하면서 회사 대표와 실무자 10명을 구속 입건했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삼양식품에게 ‘우지’는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얘기만 나와도 손사래를 칠 정도.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삼양1963’ 출시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신제품 ‘삼양1963’ 출시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그런 삼양식품이 다시 ‘우지’를 꺼내든 건 불닭볶음면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볶음면이 아닌 국물라면 시장에서 판도를 바꿀 히든카드로 우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신제품 발표회를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11월 3일’ 진행한 것도 삼양라면의 시작에 대한 자부심과 우지 파동에 대한 떳떳함에 따른 선택이었다.

다만 식용 여부와 별개로 우지 사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우지 파동에서 주된 논란은 우지의 건강·영양성이 아니라 식용·비식용에 대한 여부였다. 식용가능한 동물성 기름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소고기 기름을 건강한 것으로 보진 않는다. 또한 식품업계를 주도하는 헬시플레저(Healthy+Pleasure) 트렌드와도 상반된다. 오히려 최근 라면업계는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 제품군을 확보하는 추세다.

윤아리 삼양식품 품질안전부문장은 이날 건강성 우려에 대해 “동물성 기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칼로리가 높진 않다. 우지와 팜유 모두 1g당 9칼로리로 열량은 동일하다”며 “콜레스테롤 함량도 달걀 1개 노른자에 포함된 것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콜레스테롤을 이유로 달걀 섭취를 꺼리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처럼 우지 라면의 건강성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이 36년 만에 우지를 사용한 신제품 ‘삼양1963’.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삼양식품이 36년 만에 우지를 사용한 신제품 ‘삼양1963’.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대신 삼양식품이 이번 ‘삼양1963’에서 강조하는 건 ‘맛’이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은 “‘삼양1963’은 단순한 복고 제품이 아니다. 삼양식품의 창업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상징이며, 명예의 복원이자, 진심의 귀환”이라며 “우리가 한때 금기처럼 여겼던 우지는 사실 삼양라면의 풍미를 완성하는 진심의 재료였다”고 말했다. 실제 ‘삼양1963’에선 기존 라면에는 없는 깊고 구수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삼양식품은 ‘맛’을 위해 원가 부담도 감수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우지는 팜유보다 2배가량 비싸다고 한다. 채혜영 삼양식품 브랜드부문장은 “원가 부담이 있긴 하지만 규모의 경제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라면시장은 정말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면 신제품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우지만큼 차별화된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삼양라면 이상을 판매 목표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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