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농어업인 등에게 지원되는 농림수산정책자금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대출 위반 및 사후관리 부실로 지적된 게 최근 5년간 약 5000건(약 206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책자금의 목적 외 사용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정상화 조치’를 근거로 즉각적인 대출 회수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 등이 파악되자, 야당에선 “혈세가 낭비되는 근본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실이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 농협, 수협, 산림조합중앙회, 농어촌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농어업인 등에게 지원되는 농림수산정책자금은 지난 2020년 25조 6132억 원에서 올해 44조 9842억 원으로 75.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자금의 운용 및 관리·감독은 현행법상 농금원이 전담하지만, 지난해 검사 인력 1인당 평균 5774건, 2416억원 규모의 대출만을 점검하는 데 그쳤다는 게 이만희 의원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정책자금 전체를 모두 점검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5.38년으로 늘어나며 단기 대출자금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또 최근 5년간 농금원이 농협과 수협 등 금융기관의 대출 위반 및 사후관리 부실로 지적한 건수는 총 5067건(약 2066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농협이 4294건(약 1505억 원)을 차지했는데, 농협의 정책자금 취급과정에서 구조적 관리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이 의원실의 지적이다.
농금원이 정책자금 부정수급에 대해 처분요구를 했지만 관련 사업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정상화 조치’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게 이만희 의원실의 지적이다. 지자체가 농금원의 지적에 문제 사항을 자체적으로 시정하는 ‘정상화 조치’로 회신할 경우 즉각적인 대출 회수 등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상화 조치는 최근 5년간 총 788건(약 682억 원)이나 집계됐다.
실제 전남 지역의 한 지자체는 2020년 양식장 부지 구입 및 신축 명목으로 한 사업자에게 3억 원의 귀어 창업 대금을 대출 지원 금액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원 결정을 받은 해당 사업자는 양식장 부지를 축소하고 주택 신축 등을 포함한 사업계획으로 변경 신청했다. 주택 신축 등을 목적 외 사용으로 판단해 이미 실행된 대출금에 대한 회수가 진행됐어야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사업계획 변경을 승인하고 창업 자금 대출 지원 규모를 2억8000만 원으로 축소하는 등의 정상화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농금원은 “정책자금 대출금 일부 회수를 조치해야 하나 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3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15의거 제65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의원은 “농림수산정책자금 사업시행기관인 지자체 등이 관련 사업을 부실하게 관리해도 ‘셀프 면죄부’인 정상화 조치에 대해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귀농과 농업 재도약을 위한 핵심 지원사업이 부정수급과 관리 부실로 변질되고, 결국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구조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 농정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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