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시장에서 2월은 바쁜 시기다. 한국 상장기업의 98%가 12월 결산 법인이다. 상장기업 대부분의 회계연도상 4분기가 10∼12월이라는 의미다. 12월 결산 법인 대부분은 회계연도가 끝나고 난 2월에 실적을 발표한다. 상장기업의 주주총회는 3월 말에 몰려 있는데, 주주총회보다 앞서 배당금 규모를 결정하는 이사회는 2월에서 3월 사이에 열린다. 연간 실적을 마무리하고 사업보고서를 발표하고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다 보면 2월이 바쁘게 지나간다.
한국 상장기업 대부분이 12월 결산 법인이라는 점은 의외의 계절성을 만들어 낸다. 4분기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기업은 1년간 비용을 사용하는데, 어느 분기에 반영해야 하는 비용인지 명확하지 않은 비용은 1년의 마지막 분기인 4분기에 반영된다. 일반적으로 분기별 판매비와 관리비를 비교하면 4분기에 높은 비용이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4분기에는 일반적으로 자산 상각 등 영업 외 비용을 반영하는 회계도 처리한다. 기업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절차도 일반적으로 4분기에 이루어진다.
또 기업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새해에 맞춰 새로 취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전임자의 부실 자산을 보수적으로 상각하려는 수요도 존재한다. ‘빅 배스(Big Bath)’로 불리는 이런 과정도 4분기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판관비뿐만 아니라 영업 외 비용도 4분기가 1년 중 가장 높은 경향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비용을 반영하다 보면 4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별 기업에 따라선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도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항상 예상치를 하회한다. 한국에서 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2000년대 이후, 4분기 실적이 3분기보다 높았던 경우는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주식은 실적의 함수다. 주식과 실적이 앞서거나 뒤처지거나 하는 경우는 있지만 결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계절적으로 부진한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1, 2월엔 주가가 부진한 경향이 있다.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쉽게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의 부진한 계절성을 걱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곧 발표될 1분기 실적의 경우, 4분기와 반대로 긍정적인 계절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4분기의 부진한 실적을 확인하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상태에서 1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2월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시기다. 예상보다 큰 비용이나 자산 상각을 발표한 기업들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을 2월에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분기 실적의 계절성을 감안하면, 이 시기는 주식의 비중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늘려야 하는 시기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2월에는 주식 시장에서 씨앗을 뿌리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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