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줄자 직장인 ‘유리지갑’만 탈탈…근로소득세 60조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7일 11시 32분


작년 세수의 18.1% 차지 ‘역대 최고 비중’…법인세는 26.2%→18.6%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경기 침체에 따른 법인세 급감으로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 연속 발생한 가운데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 근로소득세가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법인세 감소가 기업 실적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였다고 하지만, 직장인 역시 실질소득이 고물가·고금리로 후퇴한 만큼 ‘공정 과세’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근로소득세 수입이 처음으로 법인세를 앞지를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만큼 기업과 근로자의 적정한 세 부담 및 안정적인 세수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 원으로 세입 예산 대비 30조8000억 원이 덜 걷혔다. 2023년(―56조400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이 난 것이다. 이는 직전 2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세입예산보다 각각 61조4000억 원, 57조300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히면서 2년간 120조 원에 이르는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4년째 큰 폭의 세수 오차가 나타난 것은 법인세 규모가 경기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인 탓이다. 2021년 법인세 초과 세수는 그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12조 원으로 예상됐지만 결산 결과 약 17조 원으로 조사됐다. 2022년에도 기업 실적 개선으로 전년 대비 33조2000억 원의 법인세가 더 걷혔다. 반대로 2023년과 2024년에는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탓에 법인세가 전년 대비 각각 23조2000억 원, 17조9000억 원 줄면서 대규모 세수 펑크를 불러왔다.

법인세 감소를 메운 것은 직장인들의 근로소득세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1조 원으로 전년보다 1조9000억 원 증가했다. 취업자 수와 명목임금이 늘어난 영향이다. 근로소득세 수입은 2014년 25조4000억 원에서 2020년 40조9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60조 원을 돌파했다. 10년새 2.4배로 확대된 셈이다.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비과세·감면 확대에 집중하는 사이 근로소득자 과세 부담 완화는 상대적으로 방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가 재정에서 법인세와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 변화는 극명하다. 법인세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103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62조5000억 원으로 급감하면서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6.2%에서 18.6%로 줄었다. 기업 실적 악화에 더해 정부의 감세 조치가 이뤄진 덕분이다. 올해 전체 정부지출(재정+조세지출) 예산에서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최근 10년간 가장 크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 비중은 14.5%에서 18.1%로 증가했다. 정부는 취업자 수와 명목임금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후퇴한 모습이다. 임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근로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2023년(귀속연도)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은 총급여 기준 4332만 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2021년(5.1%)과 2022년(4.7%)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특히 2.8%라는 수치는 같은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6%)보다도 낮다. 근로소득자의 실질소득과 구매력이 대폭 하락했다는 의미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올해도 세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법인세 부진이 지속되고 근로소득세는 증가하는 최근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근로소득세 수입이 처음으로 법인세를 앞지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수입이 정반대 추이를 보이는 것이 공평 과세에 대한 불만을 키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세목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세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에 따른 부담은 기업과 근로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커지고 있는데 법인세 규모는 줄고, 근로소득세 규모만 증가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부가가치세 개편으로 세수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은 물가 인상 등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추진이 어렵다고 본다면, 반도체 등으로의 산업경쟁력 쏠림을 완화하는 지원 정책으로 법인세 수입 진폭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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