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지난해 전국에서 매매 거래된 아파트 중 매수자가 30대인 경우가 40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이후 2년 연속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부 저리 대출에 힘입어 생애 첫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다가 자산 시장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2년 연속 부동산 큰 손된 ‘30대’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매입자연령대별 아파트 매매거래현황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49만2052채 중 30대 매입 비중은 26.6%(13만973채)로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전년 대비 소폭(0.02%포인트) 상승하며 201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30대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0대 매입 비중이 40대를 추월한 곳은 서울(31.9%)을 비롯해 부산(26.9%), 대구(28.7%), 인천(25.9%), 광주(26.9%), 대전(26.7%), 울산(31.9%), 세종(29.4%), 경기(28.4%), 충북(22.8%), 제주(31.4%) 등 17개 지자체 중 11곳(64.7%)이었다. 지자체별로는 제주(31.4%)와 강원(20.8%)이 각각 최초로 30%대, 20%대를 넘었다.
서울에서는 2019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6년 연속 30대 매입 비중이 40대를 앞섰다. 자치구 중 성동구에서는 이 비중이 41.5%까지 올랐다. 강서구(38.9%), 영등포구(36.8%), 중구(36.6%) 등에서 30대 비중이 높았다.
30대 매입 비중이 높아진 이유로는 정부 정책 대출 영향이 거론된다. 정부는 2023년 특례보금자리론, 2024년 신생아 특례대출 등으로 9억 원 이하 주택 구매 시 1~4%대 저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4년 30대 생애 첫 부동산 구입자는 20만9432명으로 전년(17만6783명) 대비 18.5% 늘었다. 40대 생애 첫 부동산 구입자는 11만8394명으로 13.5%만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집값 폭등에 대한 불안감이 30대에서 비교적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9년 아파트값 폭등기를 거치면서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아파트값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학습했다는 이유에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내 집 마련은 하루라도 빠를수록 좋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 대출 규제 강화세 지켜봐야
단 올해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예고돼 40대 매입 비중이 다시 30대를 제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SR은 한 해 동안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눠 대출 상한액을 정한다. 이 때문에 30대보다는 비교적 소득이 높은 40대가 대출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40대 매입 비중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0대 매입 비중은 2022년 23.6%였으나 2023년 28.6%, 2024년 31.7%까지 올랐다. 이는 30대 매입 비중(31.9%)와 0.02%포인트 차이이며 채수로는 87채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똘똘한 한 채’ 경향으로 고가 주택에 매수세가 몰리는 것을 보면 40대 매입비중이 다소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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