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국산 애니, 일본 TV 진출… 세대 관통하는 서사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0일 03시 00분


‘캐치! 티니핑’ 일본TV 진출
노하우 쌓아 슈퍼 IP 확장
극장용 ‘사랑의 하츄핑’ 흥행
아이-부모 동시 공략 전략 주효

‘캐치! 티니핑’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사랑의 하츄핑’은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라는 정밀한 수요 분석과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공략한 더블 타깃 전략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성공 모델을 보여 줬다. 사진 출처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캐치! 티니핑’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사랑의 하츄핑’은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라는 정밀한 수요 분석과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공략한 더블 타깃 전략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성공 모델을 보여 줬다. 사진 출처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애니메이션은 이제 영유아만의 점유물이 아니다. 2023∼2024년 국내 극장계의 주요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실사영화보다 오히려 장편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눈에 들어온다. 슬램덩크 ‘더 퍼스트’는 이미 본 작품을 여러 차례 반복 관람하는 ‘N차 관람’ 열풍 속에 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 기록을 달성했다.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은 560만 명, 픽사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 2’는 880만 명을 기록하는 엄청난 흥행 실적을 거뒀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작품도 등장했다. ‘제2의 뽀로로’ ‘여자아이들의 대통령’ 등으로 불리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다. 특히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약진에 힘입어 등장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은 국내 극장계를 넘어 중국과 일본 시장으로 진격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K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12월 2호(407호) 아티클을 요약해 소개한다.

● 일본 시장 공략하며 노하우 쌓아

‘캐치! 티니핑’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KBS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이모션 왕국의 로미 공주가 친구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 원만한 관계 형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도와주는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을 기획·제작한 회사는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이하 SAMG엔터·전 삼지애니메이션)’로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선두 기업이다.

SAMG엔터가 본격적으로 ‘캐치! 티니핑’ 배급·마케팅에 힘을 실은 건 상장 이후다. 기업공개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로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 줬다. SAMG엔터는 한국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일본 TV에 방영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공략했다. 2022년 11월 소니픽처스 네트워크인 ‘키즈스테이션’과 배급 계약을 체결하고 ‘캐치! 티니핑’ 일본어 더빙판을 2022년 12월부터 일본 플랫폼에서 방영했다. 국산 캐릭터가 라이선싱 상품과 함께 일본 TV 시장에 진출한 최초의 성과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애니메이션 시장인 일본에서도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 준 중대한 분기점이었다.

이때 형성되기 시작한 일본 내 팬덤은 ‘캐치! 티니핑’이 영향력을 확장하는 확고한 기반 역할을 했다. 팬덤의 지지 아래 지속적으로 라이선싱 계약을 확대하고 관련 상품의 판매도 늘려나갔다.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IP 관련 상품의 자체 제작과 배급을 수직계열화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상품 매출을 국내외로 확장시킬 때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전문적인 관리 노하우가 필요하다. 캐릭터 상품이 다양하게 제작되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창고 및 재고 관련 비즈니스 비용이 추가되고 영업 관련 이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SAMG엔터는 일본 시장 진출을 통해 이 경험을 쌓았고 중장기적으로 특정 콘텐츠 플랫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슈퍼 IP로 확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SAMG엔터는 현재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출발해 캐릭터와 스토리 관련 장난감, 의류, 화장품, 교육, 게임 등 다양한 IP 영역으로 진출한 상황이다. ‘이모션 캐슬’이라는 종합 브랜드를 통해 완구, 패션, 식음료, 공연 분야 등 연계된 영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뮤지컬, 영어키즈카페 등을 선보인 공간사업 전문 자회사 ‘이캐슬’을 설립했다. 슈퍼 IP를 목표로 지속적인 투자와 전문 인력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연계하며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한 점이 SAMG엔터의 핵심 전략이다.

● 세대 관통하는 서사로 인기몰이

슈퍼 IP로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캐치! 티니핑’만의 매력적인 서사가 있다. 특히 세대를 관통하는 서사가 핵심이다. SAMG엔터는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확장과 성장, 수집 과정을 설계할 때 수요자들의 정서를 정교하게 노렸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보고 세대 간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캐릭터를 배치한 것이 친근한 팬덤을 만드는 힘이었다.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라는 차별적 타깃을 스토리와 캐릭터로 공략한 것이다.

이런 세대 맞춤형 설계는 자연스럽게 작품과 관련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은 물론 추후 영아동층 소비자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키덜트’로서 고착화한 팬덤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준다.

지난해 8월 국내 개봉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에도 이러한 세대 공감 공식이 통했다. 주인공 로미와 하츄핑의 운명적인 소울메이트 찾기가 주된 스토리인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관객 수 120만 명을 돌파하며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보여 줬다. 스토리의 개연성과 문제 해결 과정, 캐릭터와의 유대감 면에서 성인들도 공유할 수 있는 서정적인 감성 기제를 숨겨놔 아이와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 세대들에게도 공감대를 확보한 것이 차별화된 성공 요인이었다.

‘캐치! 티니핑’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사랑의 하츄핑’은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도전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라는 정밀한 수요 분석과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공략한 더블 타깃 전략 등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새로운 성공 모델을 보여 줬다.

#애니메이션#캐치! 티니핑#사랑의 하츄핑#슈퍼 IP#SAMG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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