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트램, 새 교통수단으로 급부상… 지자체 도입 준비 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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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정시성 갖추고 승하차 편리해… 대중교통 문제 해결책으로 눈길
서울은 올해 ‘위례선 트램’ 착공, 울산-창원도 지하철 대안으로 고려
업계선 운영 방식 논의 뜨거워

2023년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울산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의 수소연료전지 트램.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3년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울산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의 수소연료전지 트램.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트램(노면전차)은 철도 시스템을 일반 도로에 적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형태의 교통 시스템이다. 도로나 분리된 전용 궤도를 주행하는 경량 철도로서 우리나라에서는 1899년부터 운영을 해오던 중 도시의 급속한 발달로 인한 교통난 해소에 한계를 느끼게 되면서 1968년 쓸쓸히 사라졌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과 혼잡한 대중교통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야기되며 지자체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20여 곳 지자체에서 트램 도입 논의
트램은 철도로서 정시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버스와 마찬가지로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비교적 건설 비용도 적게 든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차량의 바닥 높이를 일반 도로의 보도 높이에 맞춰 낮게 만든 100% 저상 트램은 휠체어나 유모차, 자전거 등이 별도 시설이나 장비의 도움 없이 그대로 승하차할 수 있어 기존 도로 운송 수단 대비 편의성도 높다.

최근에는 저공해, 친환경성 신개념 대중교통으로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 문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해 관광 자원으로도 쓰일 수 있다. 영국, 독일, 스위스 등에선 이미 관광 명물로 통한다. 이렇게 트램의 장점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지자체에서도 속속 트램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나오고 있다.

현재 트램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서울·부산·대전·울산·제주를 포함해 같은 광역단체 내 중복 사업까지 20여 곳에 달한다.

올해 4월엔 총연장 5.4㎞ 규모 ‘위례선 트램’이 착공에 들어가면서 서울에서 트램이 사라진 이후 57년 만에 노면전차가 부활하게 됐다.

동탄도시철도(동탄 트램)도 이르면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간다. 수원 망포역과 화성 동탄신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2021년 8월 기본 계획 승인이 났다. 기본 설계는 올해 9월 완료 예정으로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도시 재생 정책을 준비하는 대전시에서도 탄소중립 실현과 고질적인 도시 내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36.6㎞의 구간에 35개 정거장 규모로 총 749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7년까지 트램 개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광역시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는 울산시는 수소 전기 트램의 실용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국내 최초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무가선 트램이 도입될 예정이며 이후 총 4개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 광역시 규모에 준하지만 버스 교통 의존도가 높은 창원시 역시 트램 도입에 적극적이다. 창원시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에 앞서 수립한 트램 건설 사업의 총예산은 1조1653억 원(국비 60%, 지방비 40%) 규모에 달한다. 노선은 1호선 마산역∼봉암교∼창원중앙역(15.8㎞), 2호선 창원역∼성주사역∼진해역(19.3㎞), 3호선 월영광장∼창원시청∼진해구청(33.2㎞) 등 3개로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이들 지자체는 진일보한 기술을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램은 지면 급전 방식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머리 위 전깃줄에서 전기를 받는 공중 가선 방식은 110년이 넘는 기술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문제점이 불거져 왔다. 현재 국내 지자체는 가선이 없는 무가선 트램을 우선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아직은 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없지만 이미 국내에서 트램의 기술 개발이 완료돼 오래전부터 해외에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트램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트램 솔루션 논의도 활성화
무가선 트램을 실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나 가선이 없는 시스템을 요구하는 국내 환경에서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는 안은 크게 두 가지로 추려진다. 하나는 정류장마다 충전 시설을 갖춰 30초씩 정차하는 동안 충전하는 ‘슈퍼캐퍼시티’ 방식을 적용하는 안이다. 이 경우 대체로 슈퍼캐퍼시티와 배터리를 함께 운용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저장된 수소로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수소 전기 방식’도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노면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APS 방식’은 눈이나 비에 취약하며 유지보수가 어렵고, 공진회로 사이의 자기장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무선 급전 방식’은 자기장으로 인한 안전성 검증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도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2009년부터 철도기술연구원과 현대로템이 함께 정부 지원의 국책연구과제로 무가선 배터리 트램을 개발했다. 그러나 배터리 트램의 특성상 배터리 충전에 많은 시간(약 2시간)이 필요하고 짧은 운행 길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운행 차량이 많이 필요할뿐더러 배터리의 짧은 수명(3년)으로 유지보수에 불리한 단점 등이 많아 30㎞ 이상의 운행 길이를 구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배터리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이 슈퍼캐퍼시티 방식이다. 슈퍼캐퍼시티 방식은 정류장마다 충전 시설을 갖춰 30초씩 정차하는 동안 충전해 다니는 시스템으로 높은 에너지 밀도로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용량 대비 부피가 크고 고비용이 필요하며 여기에 대용량 전력 공급 설비의 구축이 추가로 필요한 단점이 있다.

또 대만 카오슝시의 22.1㎞ 구간에 알스톰의 기술로 상용화한 적이 있고 독일, 스페인 등도 일부 구간에 슈퍼캐퍼시티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방식의 기술은 국내에서는 개발이 이뤄진 사례가 없다 보니 철도차량용의 슈퍼캐퍼시티는 전부 해외 기술로 도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소이다.

업계에선 “국내 지자체가 도입한 경전철의 많은 실증 사례에서 보듯이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으면 유지보수품의 구매나 사후관리 등 유지보수 편의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한 대안을 반드시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1990년대부터 여러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경전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했었고 실제로 도입한 지자체도 여러 곳 있었다. 그러나 수요 예측 과정에서부터 시스템 방식의 선정, 공급자 선정 등의 모든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또는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해당 지역사회에 큰 부담이 된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시스템의 선정과 해외 기술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슈퍼캐퍼시티 방식은 주행 거리가 길수록 슈퍼캐퍼시티 설치를 위한 비용이 많이 증가하며 운영 구간의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0㎞를 기준으로 추가로 150억∼2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 트램 논의도 급물살
국내 트램 도입을 앞두고 슈퍼캐퍼시티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안은 수소 전기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 전기 트램의 우리나라 도입을 위해 수소 전기 트램 시험 차량을 국책연구과제로 개발해 2023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성능 검증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해당 시험 프로젝트는 철도 전문 기업인 현대로템이 개발과 실증을 총괄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울산테크노파크를 비롯한 중소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소 전기를 활용한 철도 차량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개발 중이거나 부분적 상용화가 되는 추세다. 기술 적용 가시성만 확보된다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선택지로도 볼 수 있다.

철도 업계에선 이미 국책연구과제를 통해 지자체의 요구를 충족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무가선 트램에 대한 개발이 완료됐고 올해 내에 실용화 단계를 완료하면 상업 운행에 더 이상의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정부가 청정에너지, 탈이산화탄소 정책의 하나로 수소에너지의 활용에 적극적인 만큼 향후 수소 전기를 활용한 장치 적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편이다. 수소에너지의 적용을 위한 초기 인프라 구축과 운영 유지 비용은 정부의 수소에너지 정책에 따라 빠르게 낮아지는 만큼 트램의 수명주기를 고려한 장기적인 수소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 계획의 틀을 세우고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개발하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다수의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 과정부터 참여해 국내에서 부품부터 완성품까지 충분히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인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할수록 그만큼 시스템의 표준화를 통해 인프라 구축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의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여기에 초기 수소 인프라의 비용 부담 역시 수소 공급 사업자들의 선투자를 통해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수소연료전지를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해 추진하는 수소 전기 트램은 청정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로 소음과 분진을 줄일 수 있다. 또 타력 운행 및 제동 운행을 할 때의 회생 에너지를 배터리 또는 슈퍼캐퍼시티에 저장한 후 추진 동력이 부족할 때 보조 동력으로 활용하므로 에너지 효율을 더욱 증대시킨다는 장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 운영 감안한 시스템 선택 필요”
업계에선 철도 시스템은 많은 초기 비용이 투입되고 한 번 정해지면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되는 시스템으로 처음 선정할 때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지자체가 가장 원하는 트램 시스템이 무가선으로 30㎞ 이상의 장거리 운행 거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면 앞서 거론한 ‘슈퍼캐퍼시티 + 배터리 방식의 트램’과 ‘수소 전기 트램’의 두 가지 시스템 중 장기적으로 미래의 연료에 대해 중앙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 등을 감안해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와 슈퍼캐퍼시티 운영에 대한 관점 차이도 존재하는 만큼 두 시스템 선택은 갈림길이 될 수밖에 없다. 슈퍼캐퍼시티 시스템을 강조하는 입장에선 비록 비용이 들더라도 당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수소 시스템을 강조하는 입장에선 이미 건설 중인 트램 사업이 슈퍼캐퍼시티 적용을 위해 해외 기술 도입을 추진하면서 중국 등 저가 부실 해외 부품의 사용 등으로 시작부터 벌써 부실 도입 논란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동시에 수소 전기는 무한하고 순수한 청정에너지이기 때문에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수소가 매우 중요한 미래 에너지 자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전략 차원에서라도 수소 기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슈퍼캐퍼시티와 수소 기반 시스템을 옹호하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반세기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게 될 트램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과거 경전철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가의 장기적인 정책과 유지보수 편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강소기업#기업#트램#교통수단#지자체 도입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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