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보증사고는 6000건 육박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 살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김모 씨(39). 2018년 받은 전세대출 2억 원에 대한 이율이 연 2%대에서 6%대로 오르며 매달 100만 원이 넘는 이자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기존 전세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격 요건을 알아봤지만 좌절했다. 정부가 부부 합산 소득이 연 7000만 원을 넘기면 대출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는데,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대출 자격이 안 됐다. 그는 “똑같은 피해자인데 소득 요건을 두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각종 지원을 받는 데 필요한 ‘전세피해확인서’ 발급이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여 동안 약 100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부터 피해자를 위한 연 1∼2%대 저금리 대환대출이 시작됐지만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세피해확인서 발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발급한 전세피해확인서는 109건에 그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발생한 보증사고만 집계해도 5867건에 이르지만, 단 2%만 피해확인서를 받은 것이다.
확인서는 피해자가 다른 집으로 이사 가기 위한 보증금을 저금리로 대출받거나 피해 주택의 전세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연소득 7000만 원(부부 합산) 이하 △전세보증금 3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당초 보증금 기준을 2억 원으로 제한했다가 까다롭다는 비판이 나오자 올해 2월 3억 원으로 완화했지만 소득 기준은 바꾸지 않았다. 홍 의원은 “맞벌이 부부는 소득 기준이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피해자 눈높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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