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국형 전기차-SUV로 中서 재기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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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한중 관계마저 줄타기
작년 中점유율 1%대까지 떨어져
“반등 없이 성장 어려워” 위기감
가성비-고급차 사이 강점 찾아야

“중국형 전용 전기차(EV)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로 판매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동남아 지역 수출을 확대하며 중국의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겠다.”

1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올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들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5년간 중국에서 ‘역성장’을 거듭해 왔다. 2021년 현대차가 중국 베이징 1공장을 철수했고, 지난해는 현지 시장 점유율이 1%대까지 떨어졌다. 미중 갈등으로 한중 관계마저 줄타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EV 신차를 앞세워 현지 판매량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여기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내부의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 지난해 中 시장점유율 1.3%에 그쳐

올해 시무식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023년은 중국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한 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국 시장 판매 목표치를 전년 대비 20.5% 증가한 30만6000대로 제시했다. 권역별로 나눠 봤을 때 중국에서 가장 높은 판매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아 또한 이달 안에 현지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EV 콘셉트카 등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 중국은 ‘아픈 손가락’이다. 현대차그룹의 2018년 대비 2022년 권역별 판매량에서 북미와 유럽이 각각 10.8%, 2.2% 성장하는 동안 중국은 70.4%가 오히려 줄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현지 공장이 가동 중단 상태인 러시아(―59.6%)보다도 하락률이 높았다.


현대차그룹의 고전은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대적인 보복 조치가 이뤄지면서 시작됐다. 2016년 179만2000대로 중국 시장 내 연간 최다 판매량을 찍은 이후 5년 만인 2019년, 현대차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100만 대 선’(90만9000대) 아래로 떨어졌다. 연간 판매량이 34만3000대를 기록한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시장 상황은 올해도 만만찮다. 1월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만5028대와 5408대를 팔아 중국에서 합산 점유율 1.2%를 나타냈다. 점유율 0%대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으로선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검증된 EV 신차와 중국 현지화 모델을 내놓으며 반등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중국에서 반등 없이는 성장 힘들다”
올해 상반기(1∼6월) 신차 출시 등 공격적인 판매 공세를 앞두고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중국 현지 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자본금을 기존보다 1조 원 넘게 늘리며 ‘실탄’을 확보했다. 기아 또한 최근 중국 공장에서 생산·수출하는 EV 모델 공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판매량 3위에 올랐지만 한 해 2500만 대 이상의 신차가 판매되는 중국 시장에서의 반등이 없으면 중·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화 모델과 EV 신차를 앞세워 인도와 아세안(중동, 중앙아시아 등 포함) 지역에선 최근 5년간 47.3%, 17.2%의 고도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중국에선 EV 시장은 테슬라와 BYD에, 내연기관차에선 상하이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토종 브랜드와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에 밀리면서 입지를 잃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의 중국 시장 전용 전기차 출시와 제네시스 SUV 전기차 GV60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한 상태다. 무엇보다 올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특혜를 주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일괄 중단된 것은 현대차그룹으로선 호재로 꼽힌다. 수년째 이어오던 ‘중국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선 가성비와 고급차 사이에서 현대차그룹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미 중국 토종 브랜드의 기술력이 국산 차 못지않게 올라온 상황에선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색상에 앞서 있는 전동화 기술력을 적용해 주요 경쟁사인 중국 토종 브랜드와 다른 ‘프리미엄’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현대차#중국형 전기차#시장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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