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확 바꾼 K뷰티, 中 떠나 북미공략 속도 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7일 03시 00분


모델-포장 등 정체성까지 바꿔
설화수, 흑인 등 다양한 모델 기용
오휘는 젊은층 인기 손석구 발탁
영어 브랜드명 등 패키지 대변신


‘엄마 화장품’으로 인식되던 설화수가 확 달라졌다. 이달 1일 ‘윤조에센스’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로제를 모델로 발탁한 데다 다양한 인종의 젊은 외국인 모델을 내세워 화제가 됐다. 한방 느낌을 강조하며 한자(‘雪花秀’)로 썼던 브랜드명도 영어로 바꿨다. 1997년 출시 이후 제품 용기에서 한자 로고를 지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야말로 초창기부터 밀어온 브랜드의 기본 정체성을 다 갈아엎은 셈이다. 화장품 업계는 “K뷰티의 주요 시장이 바뀌고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에 다걸기하며 성장해온 K뷰티가 ‘탈(脫)차이나’를 하며 북미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시장 봉쇄 여파에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강해진 중국 시장 대신 K컬처가 부흥하고 있는 북미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 ‘탈차이나’ 전략 본격화하는 K뷰티

LG생활건강의 대표적인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후’도 최근 리뉴얼에 나섰다. 그동안 중국인이 선호하는 황금색 패키지와 한방 향을 내세웠지만 최근에는 북미 시장에 맞는 제품을 준비 중이다. 중국 중심으로 짜여진 영업 마케팅 전략도 전면 수정에 나섰다. LG생건은 올해 1월 스타벅스, 아마존 출신 ‘미국통(通)’ 문혜영 부사장을 미주사업총괄로 영입하고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 기업 인수도 활발해졌다. LG생건은 미국 내 대표 K뷰티 브랜드 ‘더크렘샵’ 지분 65%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를 인수했다.

국내 K뷰티 기업들이 중국 대신 미국 시장을 향해 대대적 리브랜딩에 나선 것은 K뷰티 주요 소비처였던 중국 시장이 코로나 재확산과 잇따른 봉쇄로 침체되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세점 등을 통한 판매가 급감하며 지난해 LG생건의 고급 화장품 라인인 ‘후’와 ‘숨’은 전년 대비 매출이 각각 38%, 16%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해 해외 매출이 17% 줄어든 가운데 아시아 매출이 24% 줄었다. 이들 기업의 해외 화장품 사업에서 중국 비중은 절반 이상에 달한다. 최근 중국의 자국 뷰티 산업인 ‘C뷰티’가 애국주의 문화를 기반으로 무섭게 성장한 것도 위협 요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 설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국인 응답자 중 자국 브랜드 선호 비율은 45%에 달했다.

● 달라져야 산다… 파격적 세대교체

더 넓은 연령대의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세대교체도 활발하다. 노후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젊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설화수는 ‘영 안티 에이징’이란 개념을 내세워 4050뿐만 아니라 20대까지 타깃 고객으로 포섭하고 있다. LG생건은 기존에 김태희, 신민아 등 여성 배우를 간판으로 앞세웠던 ‘오휘’ 모델로 배우 손석구를 깜짝 발탁했다. LG생건 관계자는 “파격을 준 발탁으로 젊은층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니스프리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밀어온 ‘제주’ 콘셉트를 탈피했다. 그간 이니스프리는 제주 녹차, 화산송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등 제주의 자연 친화적 이미지를 강하게 내세웠는데 이번에는 아예 환상과 자유가 가득한 가상의 섬 세계관 ‘뉴 아일(New Isle)’을 내세웠다. 20대 초중반 ‘젠지(Z세대)’로 타깃을 옮기기 위해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인 고객으로 10년간 호황을 이어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때가 된 것”이라며 “소비시장의 패권을 쥐게 된 젠지 세대를 공략하는 동시에 뉴욕, 파리 등 주요 시장에서 주류가 되는 최정상급 K뷰티가 탄생해야 한다”고 했다.

#k뷰티#설화수#오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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