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만큼 거둔다” 글로벌 위기에 대규모 R&D투자로 대응

  • 동아일보

[R&D 경영]
현대차 “한발 앞서 미래 이끌자”… 남양연구소 중심으로 SW 전환
SK, 청주 반도체 생산 공장 등 수도권 외에 5년간 67조원 투자
LG, 초거대 AI ‘엑사원’ 고도화… 인공지능에 3조6000억원 투입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개발(R&D) 중심의 경영 전략을 수립해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3일 경기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에서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개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동차 종합 연구 조직으로 출범한 지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남양연구소가 글로벌 R&D 핵심 거점으로 한 번 더 진화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남양연구소는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뼈대) ‘E-GMP’ 기반의 차량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차량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남양연구소를 주축으로 차량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R&D를 추진한다.

SK그룹은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다른 국내 지역에 5년간 67조 원을 투자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반도체·소재 30조5000억 원, 친환경 22조6000억 원, 디지털 11조 2000억 원, 바이오·기타 2조8000억 원으로 투자 분야도 세분화했다.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에 15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을 대표적인 지역 투자로 꼽았다. 특히 SK그룹의 주요 관계사들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R&D 분야에만 2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그룹은 이른바 ‘ABC 산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친환경 기술) 중심으로 R&D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AI 분야에선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R&D를 추진하기 위해 5년간 3조6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 AI 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인공지능 ‘엑사원’을 고도화하기 위한 R&D와 사업 추진에 주력하기로 했다. 바이오 분야에선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 5년 동안 1조5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이오 소재, 신재생 에너지, 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기술 분야엔 같은 기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12일 열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한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올해 헬스앤드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등 4가지 분야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와 사업군 재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롯데정보통신은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30여 명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초실감형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우주항공,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R&D 투자와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경제·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은 더 강화하고 미래 기술과 시장 주도를 위해 사업 재편과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상반기(1∼6월) 중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 등도 마무리하면 우주와 지상에 이어 해양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 기업’의 성장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최근 3년간 디지털 혁신과 신기술 투자를 이어오며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갖췄다”며 “이러한 투자, 혁신의 씨앗을 연결하고 성장시켜 신사업으로 발전시키는 한 해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GS그룹은 올해를 유례 없는 장기 침체와 위기의 시작으로 전망하면서 위기 대응 전략 수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GS그룹은 우선 벤처투자 전문회사인 GS퓨처스와 GS벤처스를 통해 경쟁력 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는 적극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미래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은 M&A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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