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부담에 분양권 던져”… 강남서도 공시가보다 싸게 ‘급급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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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분양가보다 싼 ‘마피 아파트’ 매물 쌓인다
호가 1억5000만원 낮춰도 안팔려

정부의 규제완화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4주 연속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31% 하락해 작년 말(-0.74%) 이후 4주 연속 낙폭이 감소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정부의 규제완화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4주 연속 둔화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31% 하락해 작년 말(-0.74%) 이후 4주 연속 낙폭이 감소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입주를 1년 앞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더플래티넘. 최근 전용면적 65㎡ 분양권 매물이 호가 13억2260만 원에 나왔다. 분양가 14억726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 낮춘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다. 지난해 10월 집주인이 분양가보다 1억 원을 낮춰 내놨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팔리지 않아 호가를 5000만 원 더 낮췄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6개월이 넘도록 팔리지 않는 ‘마피’ 매물도 꽤 된다”고 귀띔했다.

최근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입주권을 내놓는 이른바 ‘마피’ 매물이 나오는 신축 아파트가 잇따르고, 공시가격보다 하락한 ‘급급매’ 거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에 전세가격 하락까지 겹치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집을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현장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소규모 신축 아파트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분양가보다 1억∼2억 원씩 낮춘 가격에 매물이 나오지만 인근 시세도 함께 떨어진 상태여서 좀처럼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새해 들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해소했지만 미분양이나 분양 계약 해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도 ‘마피 아파트’ 쌓여
역전세난에 분양 아파트 급매 나서
작년 4분기 공시가 이하 거래 6배로
전문가 “관망세-거래절벽 이어질것”


지난해 2월 후분양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무순위 청약을 7번이나 진행했지만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했다. 현재 전용면적 59㎡ 매물 호가는 6억8000만 원으로 분양가(8억4900만 원)보다도 1억6900만 원 낮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온라인 매물은 1개지만 사실 매물은 더 많이 있다”며 “매수 문의가 거의 없어 우선 광고도 1개만 올려놓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 ‘금리 부담’에 분양권 던지는 투자자

현장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분양가보다 낮은 ‘마피’ 매물의 주인은 주로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들이다. 입주 시점에 전세 세입자를 구해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 했는데 최근 전셋값이 급락하고,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역(逆)전세가 심화되자 분양권을 빠르게 던지는 것이다.

특히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소규모 단지나 도시형생활주택에서 매물이 나온다.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중구 인현동 ‘세운푸르지오헤리시티(도시형생활주택)’ 전용 24㎡는 분양 때 가격인 4억5100만 원에 나와 있다. 당시 전용면적 24㎡의 최저 분양가가 4억1770만 원으로 바로 옆 같은 면적 아파트(2억7560만 원)보다 50% 가까이 높게 책정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중도금 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의 이자 부담은 커졌는데, 앞으로 전세 세입자도 구하지 못할 것 같으니 급하게 매물로 내놓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주요 대단지에서도 최고가 대비 수억 원 빠진 가격에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6일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전용 84㎡ 입주권이 24억5000만 원에 매매되며 직전 신고가(29억5000만 원) 대비 5억 원 하락했다.
● 공시가격 이하 거래도 나와
공시가격보다 하락한 ‘급급매’ 거래가 나오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대표적인 학군 아파트인 3000채 규모 도곡렉슬 전용면적 84㎡는 이달 13일 23억5000만 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32억 원·2021년 9월) 대비 8억5000만 원 하락했다. 공시가격보다도 2000만 원 낮다. 강동구 고덕롯데캐슬 베네루체 전용 84㎡도 이달 15일 10억6000만 원에 거래되며 공시가격(10억9400만∼11억500만 원)보다 낮게 거래됐다. 공시가격은 매매가 상승에 따라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인상됐는데, 그만큼 최근 하락세가 거세다는 의미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10∼12월) 거래 중 303건은 동일 면적 최저 공시가격 이하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3분기(1∼9월) 공시가격 이하 매매 거래가 분기당 평균 48건인 걸 고려하면 그만큼 ‘급급매’ 거래가 많았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3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0으로 4주 연속 상승했다. 다만 여전히 100 이하로 매수 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소규모 단지나 도시형생활주택 등 투자자들이 몰렸던 곳은 당분간 매물이 쌓이고 프리미엄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관망세와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서울#마피 아파트#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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