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내년 CES 불참… “신기술 상용화 집중할듯”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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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비전 제시했던 행사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불참
업계 “글로벌 침체속 내실 다질듯”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 불참한다. 연초 열리는 CES는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그해 트렌드뿐만 아니라 미래 비전까지 볼 수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박람회다. 현대차·기아의 불참은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우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 자동차업계와 CES 2023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현대차·기아는 전시관 운영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 대신 현대차그룹 사내 직원의 사업 아이디어를 받은 뒤 이를 실행할 스타트업을 연결해 주는 협업 플랫폼 ‘제로원’만 참가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개막이 약 40일 남은 시점에 전시관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불참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장 CES 참가를 결정한다 해도 전시품을 미국으로 옮긴 뒤 설치, 검수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현대차·기아는 2009년 CES에 처음 참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된 지난해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기아가 번갈아가며 매년 라스베이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 초 ‘CES 2022’에서 직접 언론발표회에 나서는 등 활발하게 현장을 누벼 왔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계획을 공개했다. 2020년에는 개인용 비행체(PAV)인 ‘S-A1’ 콘셉트 공개와 우버와의 협력 선언 등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비전을 내놨다. 올해는 ‘로보틱스(로봇 공학)’를 전면에 내세웠고, 메타버스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메타 모빌리티’ 개념을 제시했다.

내년 행사에 나오지 않는 것은 이러한 콘셉트나 개념을 뛰어넘는 전시 주제나 제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UAM과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분야에서도 상용화된 제품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것을 또다시 내놓기보다 기존에 발표한 것들을 현실화하는 데 집중할 시점으로 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열린 파리 모터쇼도 30년 만에 처음 불참했다.

CES 2023 참가 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대차·기아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재계 다른 기업들 사이에서도 당분간 경기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전시 행사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현대차·기아와 경쟁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CES 2023에서 대규모 전시를 예고하고 있다. 독일 BMW그룹의 올리버 칩세 회장은 기조연설에도 나선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등도 전시관 운영을 확정지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ce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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