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독일서 인정받은 초정밀 공작기계… “글로벌 히든 챔피언이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소기업이 미래다]
㈜대성하이텍
소재-부품-장비 업계 1세대로 75개 글로벌 기업과 네트워크 구축
임플란트-전기차 등 영역 확대도

최우각 ㈜대성하이텍 회장
최우각 ㈜대성하이텍 회장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은 국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등의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우리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소부장의 경쟁력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대구에 위치한 ㈜대성하이텍은 기술을 최우선의 경쟁력으로 삼으며 국내 소부장 강소기업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히든챔피언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다. 공작기계, 반도체, 인쇄기 등 산업기계 전반에 사용되는 정밀기계 부품을 생산하는데 국내에선 1세대로 통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올 8월에는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상장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 글로벌 소부장 강소기업이 되기 위해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재 지속가능 경영을 통해 정밀부품과 산업기계를 통해서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고 있으며 시가총액 3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성하이텍은 올해 신규 수주 및 고부가가치 아이템으로 인해 기대치보다 좋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 등 25개국 75개의 글로벌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신규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본 이어 유럽, 동남아에서도 각광


CNC 자동선반 ‘20j3xb’.
CNC 자동선반 ‘20j3xb’.
대성하이텍은 초정밀부품 강국인 일본과 독일 등에 수출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수출 대상 기업 중에는 세계적인 공작기계 제조사인 ‘야마자키마작’도 포함돼 있다. 마이크론 단위의 공차까지 만족시키는 독보적인 부품가공 기술과 품질관리 시스템으로 20년간 일본 공작기계 부문의 주요 기업들에 다양한 부품과 장비를 공급해 오고 있다. 유럽과 북미 시장 매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사업체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성하이텍은 1997년 세계 최대 공작기계 회사인 일본 야마자키마작과 거래를 시작한 이래로 현재 50여 개 주요 산업기계 메이커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정밀 기술 1등급 공장 인증을 받았다. 2014년에는 75년 된 명문 공작기계 회사인 일본 ‘노무라 VTC’의 CNC자동선반 부문 사업을 인수하며 일본의 기계 제작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대표 제품은 스위스턴 CNC 자동선반이다. 주축과 공구대가 함께 움직이며 가공물을 가공하는 장비로서, 스위스 명품 시계 업체의 정밀한 시계부품 가공 과정에서 유래해 스위스턴 CNC 자동선반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현재 해당 제품은 전 세계 약 10개 기업만이 만들고 있을 정도로 산업 진입 장벽이 높은 장비다. 전 세계 시장의 75%를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대성하이텍의 노무라 자동선반이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4년 전부터 전기자동차용 부품 가공에 쓰이는 ‘듀얼 스핀들’ 장비를 개발해 2019년 72억 원, 2020년 139억 원, 2021년 180억 원 수준의 가파른 매출 성장을 거뒀다.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외산 장비의 공세도 있지만, 안정적 품질과 성능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2014년 노무라 인수 후 해외 수출 판로가 확대되면서 19개국에 거래처 계약을 맺었으며, 일본 외에 유럽과 동남아 시장으로도 진출해 독일 지사, 베트남 법인을 두고 있다. 일본에는 노무라 DS와 품질 개선을 위해 공동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 덕분에 결과적으로 2016년엔 월드클래스 300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우리나라 소재, 부품, 장비 분야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 지원 55개사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대성하이텍의 설립자인 최우각 회장은 “많은 전 세계 딜러 및 고객들이 타사와 비교했을 때 대성하이텍의 우수한 사이클 타임(Cycle Time)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4월 개최된 국내 최대 생산제조기술전시회인 ‘심토스(SIMTOS)’에 신제품 등을 선보이며 전 세계 고객들에게 받은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을 바탕으로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신제품도 2종 이상 출시했다.

기술로 승부하기 위해 해외시장 선택


주력제품 탭핑센터'DST-40DS'.
주력제품 탭핑센터'DST-40DS'.
기술 중심 경영은 최 회장의 오랜 사업 신조다. 그는 1975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정밀기기 제작 분야에서 1위를 했을 정도로 기술 전문성이 높은 경영인이다. 기술력만 믿고 1983년 첫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이후 잠시 직장 생활을 하다가 1995년에 대성하이텍의 전신인 대성정공을 설립했다.

그는 “당시 창업할 때 내가 내세운 목표는 막연한 성공이 아니었다.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정밀기계부품 업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기술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굳은 의지로 다시 시작했다. 기술로만 승부를 보려면 아무런 선입견이 개입할 수 없는 시장을 찾아야 했다. 예전에 대기업에 납품한 적이 있는데 그 기업이 사용하던 외국산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하여 품질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구매부서의 임원이 바뀌자 하루아침에 임원의 지인이 있는 회사로 거래처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이나 동남아는 정밀 기계부품이나 산업기계 등을 팔 수 있는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았고 일본에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기댈 곳이 없는 일본으로 무작정 간 후 2년 동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KOTRA에서 주관한 무역상담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업체 파악부터 했다. 당시 KOTRA에서 600여 개의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설문을 했었다. 그 자료를 구해 납품이 가능한 업체 200개 리스트를 만들어서 해당 업체에 일일이 직접 편지를 썼다. 그러다 한 업체가 발전설비 관련 부품 도면과 함께 견적의뢰서를 보내왔다. 몇 년 동안 두드렸던 일본 시장의 문이 마침내 열린 것이다. 이후 일본 발주처에선 불량률을 50%까지 잡을 만큼 깐깐하게 제품을 살폈으나, 모든 불량을 잡고 결국 첫 수출에 성공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이후 세계 최대 공작기계 회사인 야마자키마작과도 거래를 시작하게 됐다. 첫 거래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스펙에 맞춰 납품을 했더니 연이어 주문과 거래가 이어지게 됐다. 이후 거래 규모가 커져 해당 회사 수출 건이 대성하이텍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품질 경영 통해 영역 확대


최 회장은 “임플란트, 5G, 전기자동차 등 최근 성장 중인 산업의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세계 최고의 기업들과 거래하면서 확립한 품질 경영을 통해 글로벌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해 해외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기차 모터 효율을 높이는 MSO-COIL, 노트북 및 폴더블폰 힌지, 반도체 검사용 프로브 핀, 수소차의 핵심 부품인 수소차 샤프트, 해외용 방산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양산을 앞두고 있다.

또한 주요 거래 시장인 일본에서의 영향력 확대 전략도 계속된다. 대성하이텍은 11월 8일부터 13일까지 6일간 일본 도쿄 국제전시장인 빅사이트에서 개최되는 ‘JIMTOF 2022’ 전시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JIMTOF 전시회는 4년 만에 열리는 만큼 대성하이텍의 최고급 기종이자 밸런싱 커팅이 가능한 ‘NN-32DB’, 임플란트 가공에 최적화된 ‘NN-20SB’, 2021년 베스트 판매기종인 ‘NN-10EX2’ 기종을 업그레이드한 ‘NN-10EX3’ 등 다양한 신기종을 출품할 예정이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강소기업#기업#대성하이텍#초정밀 공작기계#일본#독일#수출#기술력 입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