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왜 저래… 알리바바 주가 싸다고 사면 안 될 이유[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2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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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중국주식 관심 있으신가요? 한때는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이 죄다 중국펀드에 가입하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중국주식이라고 하면 고개를 젓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빅테크 때리기에 사교육 금지, 제로 코로나까지. 중국 시진핑 정부가 하는 걸 보니 ‘역시 중국은 못 믿겠다!’는 식의 반응인데요. 하지만 굳이 대중 수출 의존도(25%)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엔 너무나 중요한 변수인 건 다들 아시잖아요. 당장 원달러 환율만 봐도 위안화 환율을 따라가고요. 중국 전문가인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중국경제는 어디로 갈지, 중국주식엔 과연 희망이 있을지 물어봤습니다.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07년부터 중국 투자전략 담당으로 일해왔다. 중국에서 10년 동안 살았고,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중국 전문가이다. 그는 중국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감정이 가장 좋지 않은 시기가 지금이라고 느낀다고 한다. 요즘 유튜브에 출연하면 악플이 많이 달려 마음 고생한다고.  김재명 기자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2007년부터 중국 투자전략 담당으로 일해왔다. 중국에서 10년 동안 살았고, 베이징대학을 졸업한 중국 전문가이다. 그는 중국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감정이 가장 좋지 않은 시기가 지금이라고 느낀다고 한다. 요즘 유튜브에 출연하면 악플이 많이 달려 마음 고생한다고. 김재명 기자

‘제로 코로나’ 언제 끝나나
-지금이 바로 시진핑 3연임이 결정되는 공산당 20차 당대회(10월 16~22일) 기간인데요.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이거 너무 이상한데 이제 좀 바뀌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보니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시장에선 기대했는데요. 일단 시진핑 주석의 공식 기자회견을 보니 당대회 직후 바뀌길 기대하긴 어려워보이고요. 다만 이제는 저렇게까지 ‘제로코로나’ 방역을 유지해서 얻는 정치적인 ‘득’과 경제와 고용의 충격이라는 ‘실’이 거의 비슷해져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하면 새로운 라인업이 구축돼서 11월 말 첫 회의로 ‘정치국회의’를 하는데요.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변화할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연말 안에 우리나라 같은 ‘위드코로나’로 갈 가능성은 좀 낮아보이고요. 현실적으로는 우리가 체감하는 방역 완화는 내년 3월 열릴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그러니까 총리직(중국 서열 2위)이 교체가 되는 시점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11월 상황을 좀 봐야 겠습니다.”
-요즘 중국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되면서 아파트 건설이 멈추는 바람에 분양 받은 사람들이 짓다 만 집에 들어가서 살고 있다는 극단적인 뉴스까지 나오더라고요. 중국은 부동산 시장이 GDP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매우 큰데요. 중국 정부가 최근에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는 있죠. 앞으로 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놔서 부동산 경기를 살리게 될까요?

“중국은 워낙 부동산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까 시장에서는 예전 리먼사태 같은 시스템 위험, 이른바 회색 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한 위험)가 불거질까 걱정을 하는데요. 이게 중국 정부가 의도한 거품빼기냐, 아니면 의도치 않게 이렇게 된 거냐를 보면 사실 정부가 의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부동산 버블을 천천히 꺼뜨리기 위해 헝다그룹처럼 결국 터지게 될 회사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겠다는 복안이었는데요. 올해 들어서 코로나 상황이 오래 가고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중국 주택경기가 (정부 예상과 달리) 경착륙(갑작스런 침체)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중국 정부가 더 고집을 부려서 규제를 강화했다면 정말 시스템 위험이었을 텐데요. 다행히 2분기부터는 연착륙 시키기 위한 조치(규제 완화)가 들어왔어요. 하지만 워낙 주택경기가 가라앉아서 여간해서는 회복을 못하고 있고요.

말씀하신 금리 인하나 각종 부양책은 진짜 ‘총력 부양’은 아닙니다. 중국이 진짜 부동산을 살리려면 해야 할 조치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중국엔 행정적으로 인구이동을 막는 조치가 많고 (집을 살) 자격여건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꽤 있거든요. 그건 안 풀고 있어요. 그런 구조적인 조치가 안 바뀌다보니 단기적으로 회복을 잘 못하는 상황이고요.

저희 결론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바닥은 올해 4분기에 형성될 거라고 보고요. 하지만 중국은 아직은 도시화율이나 가계부채 수준이 우리나라의 5~7년 전 수준이라서, 중국 부동산이 완전히 끝나거나 버블이 붕괴돼 일본의 1990년대처럼 될 거라곤 보지 않습니다.”

16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인사하는 시진핑 주석. 베이징=AP/뉴시스
16일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인사하는 시진핑 주석. 베이징=AP/뉴시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시대는 저물고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같이 잘 살자)를 꺼내들면서 빅테크들 엄청나게 때렸잖아요. 그래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엄청난 기부금을 내겠다며 다 바짝 엎드렸고요. 최근엔 직원들을 많이 해고하고 있다는 기사도 나왔죠. 그런데 주가 측면에선 오히려 이 정도면 바닥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애널리스트로서 죄송스러운 점이 지난 몇 년 동안 저희가 추천했던 중국 민영경제의 파릇파릇한 빅테크 기업 주식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중국 체제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는 점인데요. 꼭 공동부유 때문이 아니라 여러가지가 좀 겹친 것 같아요. 중국 정부가 빅테크나 부동산 같은 서비스업을 통한 고용창출을 많이 늘리고 싶지 않은 듯합니다. 중국 정부가 혈안인 쪽은 제조업, 그러니까 미국과 겨루고 있는 반도체나 소재, 전기차 같은 제조업에 집착하고 있고요. 반면에 부동산과 플랫폼들은 지난 10년 동안 특혜를 많이 줬기 때문에 좀 과격하게 거둬들이는 측면이 있어요.

일단 빅테크 주가는 너무 많이 내려와서 가격적인 메리트는 생겼는데요. 하지만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빅테크 기업이 달라진 생태계에서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지, 과거처럼 투자를 문어발식으로 해서 실적 성장을 할 수 있을지엔 의구심이 있습니다. 비참할 정도로 빠진 플랫폼쪽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은 하겠지만, 주도주가 되긴 어려운 산업이라는 게 아쉽지만 현재까지의 결론입니다.”

-산업 자체의 전망이 완전히 바뀌었군요.

“중국 정부 입장에선 ‘글로벌 빅테크 기업 못 들어오게 해서 불평등한 경쟁구조를 만들어서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키워줬는데 문어발 확장을 무분별하게 했다’고 보고 규칙을 만든 거죠.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그 규칙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주식을 매도해버리게 됐고요. 다시 신뢰를 찾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국영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 역시 이러한 지원 덕분에 무섭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상무부가 수출 통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타격을 받게 됐다. YMTC 홈페이지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국영 메모리반도체 업체 YMTC 역시 이러한 지원 덕분에 무섭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상무부가 수출 통제 대상 기업으로 지정하면서 타격을 받게 됐다. YMTC 홈페이지



-중국이 엄청 키우려고 하는 첨단 제조업 분야는 미국의 견제가 장난 아니잖아요. 얼마전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미국 반도체 장비를 중국이 수입하지 못하면 반도체 산업은 거의 고사하는 거 아닌가요.

“반도체 쪽은 사실 중국이 미국 조치에 대응할 방법이 없죠. 1980~90년대 미국이 일본을 견제했던 것처럼, 중국이 몸부림을 치면서 고도화시키는 계기는 될 거예요. 아마 내년부터는 중국 정부가 대놓고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범용 장비에 엄청나게 투자할 거고, 이판사판으로 가겠죠. 하지만 기술력을 가진 미국과 대만, 한국쪽과 비교하면 그쪽(미국쪽) 밸류체인이 훨씬 부각될 거고요.

중국은 대신 자기네가 좀더 주도권을 갖고 있는 쪽, 예를 들어 태양광, 풍력, 배터리를 확대할 거고요. 안보 측면에서 희토류처럼 자기네가 독점하고 있는 쪽에선 약간 ‘몽니’를 부리면서 뚜렷하게 양극화된 상태로 갈 겁니다.

첨단산업 쪽은 상당한 우회로, 2년이면 갈 길을 5년씩 걸리는 길로 갈 수밖에 없고요. 시장을 가진 국가니까 완전히 망가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과거보다 쉽지 않은 성장을 할 건 자명하죠.”

-통화정책 얘기를 좀 하자면, 지금 위안화도 약세여서 ‘1달러=7위안’선이 이미 깨졌잖아요. 그런데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쓸 텐데요. 전 세계가 긴축으로 가고 있는데, 중국만 따로 가고 있어서 중국발 위기 가능성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단순하게 미중 금리차가 역전돼서(미국 기준금리>중국 기준금리) 인민은행이 금리를 내리니까 무조건 자본유출이 될 거라고 볼 수는 없어요. 좀더 복잡하게 보셔야 합니다. 왜냐면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해서는 약세지만 유로와 주로 선진국 대비 또 신흥국 내에서 통화들 대비해서는 강세입니다. 중국이 수출국 중에 거의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방역을 강화하고 부동산을 누르다보니까, 경기체력이 떨어져서 환율 방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보입니다.

만약 중국의 금리인하 조치가 서서히 먹혀서 중국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을 좀한다면, 환율 방어력도 생길 거고요. 중국은 물가가 굉장히 낮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이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거든요. 물가가 지금 방역 때문에 못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거니까, 경기만 좋아진다면 위안화가 추세적으로 약세로 가진 않을 테니, 자본 유출은 막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는 나이키식 회복, 주가는?
김경환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까지는 권력자 1인의 결정 때문에 중국이 이렇게 돌아간다고 설명하기엔 근거가 빈약하다고 봤는데, 이제는 ‘1인의 고집 때문’이라는 걸 확실히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김경환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까지는 권력자 1인의 결정 때문에 중국이 이렇게 돌아간다고 설명하기엔 근거가 빈약하다고 봤는데, 이제는 ‘1인의 고집 때문’이라는 걸 확실히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잘 먹혀 들어가면 경기가 살아날 거라고 보시는 군요. 주가는요?

“토끼와 거북이처럼, 지금 선진국은 너무 빨리 과열됐다가 침체로 빨리 가고 있고요. 중국은 거북이처럼 천천히 올라오고 있거든요. 아마 그 속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아주 완만할 거고요. ‘나이키’나 ‘바나나’ 형태라고 얘기하는 아주 완만한, 거의 횡보나 L자에서 조금 나은 정도일 겁니다.

다만 중국은 시장이 유동성이 매우 많고 완화적인 정책을 썼기 때문에 (증시가) 어느 정도 회복으로 방향성을 잡을 거고요. 내년 상반기에 방역을 완화하면 경기 관련주들이 갈 거고요. 혹시 못 간다면 최근에 좋았던 배터리나 에너지 같은 성장주 위주로 조금 가는 장세가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만약 방역이 완화된다면 경기 관련주 중에서도 어느 쪽이 좋을까요?

“지금 많이 눌린 업종이 금융, 소비, 경기민감주 세가지인데요. 아무래도 소비주가 내년 방역 완화와 함께 회복탄력성이 가장 클 겁니다. 가전이나 스마트폰, 화장품 같은 경기 소비재들이 그렇고요. 다만 방역을 어떻게 완화하느냐가 중요하죠.”

-중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모든 게 다 제로 코로나와 관련이 있네요. 중국이 한국처럼 ‘이제 다 풀자’고 가진 않을 거라고 보시는군요.

“하반기 들어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는 게 확인이 되고 있고, 한국도 (위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결정할 때가 되긴 했는데요. (중국) 수뇌부가 결정사항을 잘 안 바꾸는 고집을 부리는 측면이 있어서요. 연말까진 확 바꾸긴 어려운 분위기이고요.

(중국이) 백신이라도 맞고 있으면 희망을 가질 텐데요. 오미크론에 적용되는 mRNA 백신에 대해서 중국 걸 쓸 건지 모더나를 수입할 건지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얘기가 없습니다.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다이나믹 제로 코로나’를 쓰고 있어서요. 아직까진 명확한 전망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 하시기 너무 어렵겠네요.

“저희가 욕도 많이 먹었는데요. 중국 데이터가 원래 신뢰도가 낮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어떤 흐름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중국을 커버한 이래, 이렇게 절대적인 권력의 결정 때문에 데이터가 무의미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 요약하자면 중국증시가 이대로 확 맛이 가진 않겠지만, 완만하게 갈 테니까 좀 신중할 필요는있겠군요.

“내년 상반기까지도 완만한 회복일 거고요. 지수보다는 개별주식이나 업종을 보는 전략이 맞겠습니다. 중국이 주도하고 확실한 답이 나와있는 배터리나 태양광, 최근에 조정을 많이 받은 정책 성장주들을 추천드릴 예정이고요. 중국시장 전체를 사는 건 아직 전반적으로 의구심이 많은 상황이에요. 내년도 연간 전망에서는 공격적이기보다는 ‘점진적인 매수’ 정도로 추천드릴 예정입니다.”

-딥다이브 구독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요새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최근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가 동반 조정을 받아서 안 좋게 보실 텐데요. 거기에도 우량한 기업,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거든요. 남들이 다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 이제는 개별 업종과 종목에 조금씩 관심을 한번 가져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가 올해 (전망이) 상당 부분 틀렸기 때문에요. 내년에 조금 더 정확하게 봐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By. 딥다이브

시진핑 3연임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맞아 김경환 애널리스트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경제를 들여다 봤는데요. 어떠세요? 중국이라는 나라가 전보다 더 알 수 없게 된 부분이 많아져서 전문가조차 어려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요. 핵심내용을 요약해보자면

  •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풀 거란 신호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잘 하면 내년 3월에나 좀 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중국 정부는 서비스 산업(빅테크, 부동산)은 힘을 빼고 제조업을 육성하는데 혈안이 돼있습니다.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예전처럼 문어발식 확장을 하기엔 어려워졌습니다.
  • 중국 경기와 증시는 3분기부터 완만한 나이키식 회복을 보일 전망입니다. 방역이 풀린다면 소비재(가전, 스마트폰, 화장품), 아니면 배터리 같은 성장주가 유망합니다.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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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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