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이 말하는 인공지능의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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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스페셜]
너 어떻게 살래/이어령 지음/400쪽·1만9000원/파람북

‘우리 시대의 지성’ ‘창조의 아이콘’ 이어령. 그가 삶을 마무리하며 천착했던 테마는 인공지능(AI)이다. 2016년 알파고의 등장 이후 영면에 들기까지 저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AI에 대한 원고를 집필하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물 ‘너 어떻게 살래’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된다.

한국인의 ‘출생의 비밀’과 그 의미를 밝힌 ‘너 어디에서 왔니’, 젓가락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조명한 ‘너 누구니’에 이은 책이다.

저자는 이미 60대부터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내걸며 정보기술(IT) 강국의 정신적 기반을 다진 선각자였고, 70대에는 과학과 인문의 세계를 통섭하는 ‘디지로그 선언’으로 우리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프런티어였다. 우리의 IT를 이용해 새 밀레니엄의 첫새벽에 즈믄둥이의 출생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고, 평창의 상공에 드론을 띄워 오륜기를 그리던 초유의 하이테크 연출가이자, 최신 디지털 장비라면 가장 먼저 사용해보는 ‘얼리어댑터’, 여러 IT 기업에 조언을 아끼지 않던 멘토이기도 했다.

너 어떻게 살래의 서두는 역시 AI에 대해 전 국민적 관심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사건, ‘알파고 쇼크’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말 것이라는 ‘AI 포비아’가 미디어를 잠식해갈 때, 그는 은거를 뒤로 미루고 일곱 대의 컴퓨터가 도열한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충격을 먹고 사는 민족’ 한국인들에게 AI를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기회임을 직감했던 것이다.

책은 인공지능을 복잡하고 난해한 과학의 영역에서 구출해내 우리의 보편적 삶 위에 그 실체를 펼쳐낸다. 그러니 이 책은 피상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총체적 이해를 가져다주는 AI 입문서이며, 기계와 생명의 본질을 살피고 그 관계의 의미를 톺아보는 AI 인문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서양의 기계론적인 세계관으로는 풀 수 없는 ‘인간과 인공 사이’의 고차원 방정식의 해법을 한국인 특유의 생명 의식과 동양의 인(仁) 사상, 그리고 그것을 제일 잘 체현하는 한국인들에게서 도출해 낸다는 데 이 책의 미덕이 있다. 동양과 서양, 인간과 문명, 기계와 생명, 시원과 미래를 연결하는 AI 스토리텔링의 최고봉,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맞서고 있는 우리가 21세기의 교과서로 삼을 만한 책이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da 스페셜#da#이어령#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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