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탈원전→친원전 공식화…전 정부 에너지 정책 전면 교체

  • 뉴시스
  • 입력 2022년 7월 5일 1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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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원전 활용도 제고를 공식화했다. 정권 초부터 탈원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전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는 180도 다른 친원전으로 방향성을 전면 수정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대통령이 주재한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원전 발전 비중 확대, 신한울 3·4호기 신속 재개 방침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는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발전원별 구성)의 재정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2030년에는 총 설비 용량 28.9기가와트(GW)의 원전 28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총 설비 용량 23.3GW의 원전 24기가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발전량 중 비중은 27.4%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서 제시한 원전 발전 비중(23.9%)을 훨씬 높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새 정부는 향후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법령상 인허가 절차를 준수하되, 최대한 신속히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관련한 추가 공론화 작업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 들어 에너지정책 방향을 수립하며 공청회, 포럼 등으로 의견을 많이 들었다”며 “추가적인 공론화 작업은 없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한울 3·4호기 설계 분야 일감 120억원의 조기 집행 근거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노후 원전의 계속 운전을 추진하고, 안전성평가 보고서 제출 시기를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방안’ 실행 추진,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독자 소형모듈원전(SMR) 노형 개발, 원전 일감 조기 창출 등 친원전 기조를 명확히 하는 내용들이 제시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2017년 10월 발표된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 2019년 6월 확정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이전 정부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전임 정부서 발표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 사실상 대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확정에 따라 전임 정부 시절인 2019년 발표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사실상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기본계획이란 5년 주기로 수립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여기에는 향후 20년간의 에너지 수요와 공급 전망, 관련 기술 개발 등이 담긴다. 하위 계획만 전력수급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등 10여개가 담겨있다.

이명박 정부의 1차 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은 원전 비중을 2006년 26%에서 2030년 41%로 늘리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때 발표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2035년)은 원전 비중을 29%까지 낮췄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은 원전 비중을 명시하지 않고,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친원전’ 기조와는 정반대인 만큼, 새 정부는 탈원전 중심으로 짜놓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현재 에너지기본계획은 근거법이 사라진 상태다. 당초 근거법인 ‘저탄소 녹생성장 기본법’이 지난 3월 25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으로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근거법을 에너지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통해 다시 법률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에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이런 절차들을 모두 마치고 4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방향성 제시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일준 차관은 “그동안 (각 정권에서)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도 지적이 많았다”며 “5년짜리 계획인데 수립하다보니 어느 정부의 중반부쯤에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의 이런 발언은 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 시점을 고려했을 때 정책적 연속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차관은 이어 “지금은 법 통과 전에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으로 3차 에기본에 포함된 많은 내용이 대체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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