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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친환경 아이템 뭘까… ‘바다의 골칫거리’ 불가사리서 답 찾아

입력 2022-06-09 03:00업데이트 2022-06-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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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 Change]〈16〉제설제 1위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가 서울 구로구의 사무실에서 친환경 제설제를 안고 웃고 있다. 오른쪽은 불가사리를 활용한 화장품과 액상 비료.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영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갈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은 무엇일까.’ 과학고 출신의 젊은 창업자가 얻은 답은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친환경 제설제 스타트업 ‘스타스테크’의 양승찬 대표(27) 이야기다. 그는 경기과학고 재학 당시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경쟁력이 뭘까 생각했다. 사안을 거시적으로 보고 토론을 좋아하는 장점을 살려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창업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들어간 그는 멘토들을 찾아 만나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군 제대 후 곧바로 창업할 수 있었던 이유다.
○ 창업의 세 가지 리스크
양 대표는 창업에 크게 세 가지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금전적 리스크다. 사업하다 잘못되면 패가망신할까 걱정됐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대표이사 연대보증을 없앴다는 점에 주목했다. 설득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면 정부 자금을 바탕으로 창업을 할 수 있었다.

커리어 리스크는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해소했다. 소개로 만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이 “창업했다가 망하고 학교에서도 F 학점을 받은 사람과 완벽한 스펙을 갖춘 모범생 둘이 있다면 전자를 채용하겠다”고 말하는 걸 듣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기회비용 리스크였다. 창업에 들일 에너지를 다른 것에 쏟으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창업하면 ‘내 회사’에 대한 책임감으로 집중력을 발휘하게 돼 업무 역량이 향상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 군복무 시절 스타트업 챌린지로 창업 토대 마련
양 대표는 강원 인제군에서 군복무를 하던 중 국방부가 개최한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 참가해 참모총장상을 받았다. 그는 세 명의 군 동기와 팀을 꾸려 불가사리 제설제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기술은 양 대표가 고등학교 시절 연구했던 초보적 수준이었지만 가치 소비가 주목받는 시대에 해양 폐기물인 불가사리를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았다.

양 대표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사업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승모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님을 찾아가 기술 자문을 했다”며 “핵심 기술이 개발되자마자 창업했다”고 말했다.

함께 스타트업 챌린지에 나갔던 세 명 중 두 명이 창업에 동참했다. ‘반드시 이뤄내자’는 의지를 다잡기 위해 양 대표는 부모로부터 4000만 원을 빌리고, 심규빈 이사(29)와 김도범 이사(26)는 각각 2000만 원씩 마련해왔다. 같은 부대에 있던 부사관도 3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렇게 스타스테크의 토대가 마련됐다.
○ 해양 폐기물 불가사리, 업사이클링 원료로
스타스테크는 현재 국내 제설제 시장에서 1위다.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 성분의 기존 제설제는 눈을 녹이면서 염화이온을 배출해 자동차 부식과 콘크리트 파손 등을 불러온다. 반면 스타스테크의 제설제는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다공성 구조체(뼛조각)를 활용해 부식 억제 효율을 높이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다.

천적이 없고 번식력이 강한 불가사리는 갑각류와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어망을 찢어 양식업에 피해를 초래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매년 약 3000t의 불가사리를 수매해 소각하는 이유다. 스타스테크는 이 중 10% 수준인 300t의 불가사리를 무상으로 공급받는다.

양 대표는 “제설제를 생산한 뒤 3개월 동안 20만 km를 달리며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곳곳을 방문했다”며 “처음엔 대부분 무관심했지만 경기 파주시를 비롯해 부천시와 안양시 등에서 파일럿테스트 기회를 줘 제품을 알려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불가사리를 활용한 화장품 원료와 액상 비료도 내놓았다. 제설제가 계절사업이라는 한계가 있는 데다 제설제를 만들고 나서도 불가사리 부산물이 남아 폐기물이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양 대표는 “예전에는 ‘쓰레기로 환경을 구하자’라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친환경 케미컬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양 대표 삶의 원동력: “어머니.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말싸움(토론)을 많이 했는데 인정받고 이기고 싶어서 뭐든 열심히 했다.”

#채용하려는 직원: 계속 외연을 확장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모범생보다는 독특한 성향을 선호.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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