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 넘어 ‘보증인’ 역할 강화나선 명품 플랫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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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논란’ 후 앞다퉈 검수 강화

명품 및 리셀(되팔기) 거래가 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정품 인증을 대신해 주는 ‘검수 대행’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정품 검증 능력이 플랫폼 신뢰도의 바로미터가 되면서 단순 ‘중개인’을 넘어 ‘보증인’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명품 플랫폼 트렌비는 최근 개인이 판매하는 명품에 대해 정품 감정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정품 리셀’ 서비스를 시작했다. 거래 성사 직후 상품 수거부터 전문 감정, 포장·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개런티 카드나 영수증이 없어도 감정이 가능해 기존 중고거래 서비스보다 상품 등록률은 300%, 판매 전환율은 150% 더 늘었다. 트렌비는 늘어나는 정품 검수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명품 감정 아카데미를 열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4월 샤넬, 나이키 등 20개 브랜드 제품에 대해 10∼20년 업력의 베테랑 감정사들의 검수를 거쳐 배송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G마켓·옥션에서는 명품을 해외 직구로 구매할 때 한국동산감정원의 감정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의 리셀플랫폼 크림은 정품 검수 고도화를 위해 4월부터 1%의 중개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플랫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검수 강화에 나선 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짝퉁 티셔츠’ 판매 논란 이후 업계의 ‘가품 리스크’가 도마에 올랐다. 공식 유통사나 플랫폼이 자체 검수를 해도 위조품을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비중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9.7%에서 지난해 11%로 확대됐다. 트렌비가 최근 5개월간 2만5000개의 상품을 검수한 결과 511개(2%)가 가품으로 판별됐고 이 중 온라인 구매 비중이 60%에 달했다.

특히 가품의 위조 기술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정품 검수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위조 실력이 뛰어난 가품 공장 이름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레플리카’ ‘미러급’ 등 정교한 가품을 칭하는 표현과 함께 수십 곳의 짝퉁 판매업체들이 상품을 판매 중이다. 미국에서는 나이키가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에서 구입한 자사 제품 일부가 위조품이었다며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리셀 플랫폼은 ‘100% 정품 검수’를 내세워 유명해진 곳이다.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는 대기업 계열 쇼핑몰들과 일부 브랜드들은 자체 모니터링과 디지털 보증서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롯데온은 지난달 크록스 상품을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내놓는 판매자를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는 인공지능(AI) 기반 가품 탐지 기술을 가진 ‘마크비전’과 손잡고 6개월간 위조품을 90% 줄였다. SSG닷컴, LF몰 등은 일부 명품에 대해 복제가 불가능한 NFT 보증서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NFT 보증서로 상품의 구매 이력까지 볼 수 있어 향후 중고거래를 할 때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중개인#보증인#명품 플랫폼#검수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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