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인수전 2R, 3~4곳서 의향… 관건은 정상화 비용 1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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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장차 제조사 갖고 있는 쌍방울 인수 나섰지만 자금조달력 의문
채권단, ‘에디슨 3000억’때 반발 “최소 5000억은 내놔야” 공감대
인수후 정상화까진 비용 더 증가… 상장폐지 위기 겹쳐 인수전 난항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쌍용차 새 주인 찾기 2라운드가 시작됐다. 쌍방울그룹을 포함해 약 3∼4곳이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전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본 잠식에 빠진 쌍용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인수대금과 신차 개발 등으로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어야 해 자금 조달력 측면에서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 치고 나간 쌍방울, 3∼4곳 “인수의향”

3일 재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임원을 포함해 10여 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쌍용차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과 컨소시엄 구성안을 짜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를 제조하는 계열사 광림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광림의 지난해 매출액은 1884억 원으로 쌍방울그룹 전체 매출 약 6000억 원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광림은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특장차 생산과 개조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작 기간을 줄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처럼 부품 수급난으로 완성차의 출고 적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선 쌍용차 인수 효과가 더 커진다는 게 쌍방울 측 설명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가격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인수하자’는 분위기”라며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이 ‘나머지는 내가 걱정할 테니 인수를 성사시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TF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합병(M&A) 계약이 해지된 뒤 매각주간사회사인 EY한영에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쌍방울을 포함해 서너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M&A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데드라인인 10월 15일이 기한이다. 매각 절차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달 내에는 새 주인이 나타나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지난해 9월 쌍용차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던 11곳이 모두 후보로 재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유력 후보로 꼽혔던 SM그룹은 쌍용차 인수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 ‘3000억 원+알파(α)’ 필요…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은 누가 쌍용차의 인수대금으로 5000억 원 이상 보장해 줄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3048억 원의 인수대금으로 쌍용차 인수를 시도하다가 낮은 변제율(1.75%)을 제시받은 상거래채권단의 강한 반발을 샀다. 3000억 원으로는 쌍용차 인수가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거래채권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인수가 가능한데, 이들은 인수대금으로 5000억 원 이상이 제시돼야 자신들이 가진 회생채권 변제율이 50%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도 자금 조달력에 물음표가 달려 있다. 쌍방울은 지난해 6월 약 1000억 원을 마련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중견 건설사 성정에 밀렸다. 쌍방울그룹 측은 이때 확보한 1000억 원 외에 추가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쌍용차가 원하는 수준과는 갭이 너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서는 KDB산업은행 채권 등 우선 변제 의무가 있는 3000억 원에 신차 개발 투입비용 등을 포함해 경영 정상화까지 1조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지난해에도 연결 기준 2613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2017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쌍용차의 3월 자동차 판매량이 859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0.2% 늘며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당장 경쟁력을 회복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자체의 매력이 낮아 투자자를 유치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라며 “에디슨모터스처럼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무모한 시도만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에디슨모터스가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가처분신청(계약해제 효력정지 등)의 심문 기일은 15일로 확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해제 귀책사유가 에디슨모터스 측에 있어 시장은 쌍용차의 재매각 절차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며 “인수대금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야 할 쌍용차 입장에선 가장 덩치가 큰 업체와 수의 계약을 맺은 이후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수의계약 후 공개입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쌍용차 인수전 2r#3~4곳서 의향#관건은 정상화 비용 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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