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착한 가격 정책에도 승승장구…비결은?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0일 0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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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 주요 제과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오리온이 원재료비·물류비 급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가성비 전략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리온이 잘 나가는 비결은 효율 및 수익 중심의 경영이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40여종이 넘는 신제품 출시 효과가 뚜렷했고 해외 법인에서의 매출이 크게 뛰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2조359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제과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롯데제과에 우위를 점했다. 오리온은 2015년 처음 왕좌에 오른 후 4년간 1위를 지켰고, 롯데제과는 2019년 왕좌 탈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국내외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신제품 출시 및 건강 콘셉트 제품으로 지속 성장을 이어가고 해외 시장에서는 제품력 강화를 통한 도약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액 2조3594억원, 영업이익 37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5.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9% 감소했다.

매출액은 국내를 비롯해 해외 주요 법인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주요 원재료비 및 물류비 급등의 여파로 인해 소폭 감소했다. 내부 효율화와 수익 중심 경영을 통해 영업이익 감소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법인은 매출액 8074억원, 영업이익 13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5%, 14.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44종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제품 중심의 전략과 데이터 경영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주요 제과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과 달리 오리온이 주요 제품군에 대한 가격을 동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법인의 지난해 실적 상승세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과자에 주원료로 사용되는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한데다 과자를 만들 때 사용되는 대두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내 시장에서 가격 동결 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주요 곡물 가격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데 급급했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맛동산 등 주요 5개 제품군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고 롯데제과는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 및 중량 축소를 시행했다.

제과업계의 도미노 인상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 제품 가격을 8년째 동결키로 했다. 오리온은 높은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가격을 동결해도 마진이 남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를 증명했다.

오리온은 올해도 파이, 스낵, 비스킷 등 차별화된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건강 트렌드에 발맞춰 마켓오 네이처 및 닥터유 브랜드를 통해 건강 콘셉트의 제품도 지속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시장 상황에 맞게 일부 제품군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시장 상황에 맞는 신제품 출시 및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국 법인은 매출액 1조1095억원, 영업이익 16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감 스틱, 초코찬 고래밥 등 기존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양산빵 송송 로우송단가오, 젤리 궈즈궈신 등 신규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매출 성장을 도모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원재료비 급등, 영업체제 전환 비용 증가, 2020년 일시적인 코로나19 정부보조금 혜택에 따른 역기저효과 등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은 올해 중국 시장에서 제2도약을 위한 토대를 다지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중국법인 대표이사를 연구·개발(R&D) 전문가로 선임하고 영업, 마케팅 부문을 현지인 리더십으로 전환했다.

제품 중심의 실행력 강화 체제 기반을 마련한 만큼 제조원가 유지를 위한 통합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외부 비용 상승 압박에도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아침대용식 제품 확대, 신제품을 중심으로 재도약을 추진키로 했다.

베트남 법인은 매출액3414억원, 영업이익 6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16.9%, 0.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매출 3000억원 돌파는 2016년 2000억 원을 넘어선 이후 5년만의 성과다.

고성장 배경으로 오리온은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꼽았다. 배트남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쌀과자 ‘안’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양산빵 ‘쎄봉’이 인기몰이를 하며 성장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해 4분기부터는 현지 소매시장 기준 1조 5000억원 규모의 견과 시장에 진출하며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 올해도 양산빵, 쌀과자의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공고히 하고 견과류 및 젤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갈 계획이다.

러시아 법인은 매출액이 31.4% 성장한 1170억원을 달성하며 현지 제과시장 진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글로벌 원재료 가격 인상 및 루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0.9% 감소한 168억원을 기록했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가 러시아 법인 매출액을 견인했다. 이외에도 ‘고소미’, ‘촉촉한 초코칩’, ‘크래크잇’ 등 비스킷 라인업을 확대하며 제품군을 다양화한 것도 주효했다고 오리온은 설명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트베리주 크립쪼바에 신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오리온은 신공장을 통해 초코파이의 공급량을 확대하고, 파이, 비스킷 카테고리 신제품을 선보이며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오리온이 올해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점쳤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둔화가 아쉽지만 한국에서의 견조한 시장 지배력은 물론 베트남, 러시아의 합산 이익 기여가 중국의 55% 수준까지 확대됐다. 중국 시장에서의 턴어라운드 이후 시장 기대치 이상의 추가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올해도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데이터 경영의 심화, 비효율 제거 등 전사 차원의 원가 관리를 통해 수익성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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