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온라인판매 앞세워…현대차, 12년만에 日 재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14시 59분


코멘트

아이오닉5, 넥쏘 등 5월부터 판매, 일본 친환경차 정책 확대 맞춰 진입
일본 브랜드 94.6% 차지한 ‘수입차의 무덤’…성패 예측 어려워
장재훈 현대차 사장 “배우고 도전하겠다”

현대자동차가 친환경차를 앞세워 2009년 이후 만 12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다.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이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은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차도 승산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대차는 8일 일본 현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올해 5월부터 승용차 판매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으나 판매 부진 탓에 2009년 12월 승용차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후 버스 등 상용차 부문 영업만 이어 왔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 철수 후 현대차는 디자인, 성능, 품질 등에서 진화해 왔다”며 “환경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의 변화에 대응해 친환경차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일본에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수소연료전기차 넥쏘 등 2종을 선보인다. 5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차량을 주문하며, 7월부터 소비자들이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이오닉5은 현지에서 4개 모델로 판매되며, 가격은 479만 엔(약 5000만 원)부터 589만 엔(6140만 원)까지다. 수소연료전기차 넥쏘는 단일 모델로 판매되며 777만 엔(약 8100만 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본 철수 후) 12년간 현대차는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계속해 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일본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판매 전략을 세웠다. 우선 차량 선택부터 시승, 견적, 결제, 배송까지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구입 후에도 플랫폼을 활용해 차량의 정비나 부품 교환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현지 차량공유 서비스 ‘애니카’와 협업해 아이오닉5 100대를 투입하며, 현대차를 구매한 소비자들도 공유 차량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기차에 특화된 체험 공간인 ‘현대 고객 경험 센터’를 올해 여름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일본 주요 도시에 설치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일본법인 명칭도 현대모빌리티재팬으로 변경하며, 단순 차량 판매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일본 시장 재진입은 일본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전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결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2020년 탄소 중립 정책을 추진하며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특히 전체 등록 차량에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자 지난해 전기차 구매를 위한 보조금을 2배로 확대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닛산을 제외하고는 도요타, 혼다 등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마저 아직까지 양산형 전기차 모델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며, 지난해 12월에야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의 시기에 맞춰 현대차가 글로벌 인기 차종인 아이오닉5와 수소연료전기차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넥쏘를 들여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판매 실적을 올릴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본 자동차 시장의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해 94.6%에 이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수입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마저 일본에서는 지난해 약 5만1000대를 파는 데 그쳤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와 경차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취향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낮은 선호도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 3위 규모인 점과 친환경 차량으로 트렌드가 바뀌는 시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다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사장은 “일본 시장은 배워 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라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