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료 인상 시기 놓고 뒷말 무성…탄소중립 비용 압박도 가중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9일 0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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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전기요금, 가스요금 인상 방침을 밝힌 이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직후 4월부터 요금을 올린다는 점에서, . 결국 차기 정부에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떠넘기는 ‘조삼모사’ 식이란 비판이다.

이런 가운데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 압박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금 인상 시기만 저울질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탄소중립 비용 부담에 대한 홍보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기·가스요금, 내년 단계적 줄인상 예고

내년 4월 이후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놓고 야권과 업계 등에서는 현 정부가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데 따른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결정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기요금, 도시가스 요금 인상 시점이 기묘하게도 모두 대선 직후”라며 “대선 때까지라도 어떻게든 국민을 속여보겠다는 심사, 정권교체 여론이 더 커질까 두려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보자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전력은 지난 2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는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만인 27일, ‘원가연계형 요금제’의 도입 취지를 강조하며 2분기부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내년 4월, 10월 등 2회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각각 킬로와트시(kWh)당 4.9원, 연간 기준으로 kWh당 총 9.8원 올리기로 했다. 기후환경요금도 내년 4월부터 kWh당 2.0원 인상한다. 내년 기준으로는 5.6%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게 된다. 이번 인상안이 모두 반영되는 내년 4분기 전기요금은 현행 전기요금보다 10.6% 비싸진다. 주택용 4인 가구 월 평균사용량인 304kWh 기준으로 보면 월 평균 1950원 수준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다.

가스비 오름 폭은 더 크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요금은 내년 5월 메가줄(MJ)당 1.23원, 7월에는 1.9원, 10월에는 2.3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인상된다. 이에 따라 월 평균 도시가스 사용량 2000MJ 기준으로 소비자 부담액은 내년 5월 2460원이 늘어난다. 7월에는 1340원이 추가되고, 10월에도 800원이 더 늘어나는 식이다. 내년 한 해에 총 4600원, 수치로 따지면 16.2% 오른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올해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 내년으로 인상 시기를 옮겨 차기 정권에 부담이 가는 상황이 됐다”며 “대통령이 임기 중 전기료 인상이 없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고 벌어진 조삼모사 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공공요금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에 따라 기준연료비 인상도 4월 이후부터 가능한 상황”이라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정부가 최근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고, (4월 이후 인상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했다.

한편 정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2022년도 전기·가스요금 조정 시기는 코로나19 상황, 물가 등을 고려해 급격한 국민 부담 증가를 방지하고자 분산 반영한 것”이라며 “정치 일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에 비싸지는 전기료…“국민에 제대로 설명해야”

이런 가운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 등 공기업의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특히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기후환경비용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율 확대에 따라 계속 늘게 된다.

정부는 현재 전체 발전량의 9%인 RPS 비율을 오는 2026년에 25%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하는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구입해 RPS 비율을 맞춘다. 한전은 발전사업자들의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REC 구매 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정동욱 교수는 “탄소중립을 이행하며 전기요금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국민들이 연료비 변동 외에도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준비할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도 “탄소중립 비용에 대한 추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2030년, 2050년까지의 전기요금 인상 폭에 대한 추산치를 설명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에게 탄소중립을 위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던지고, 소통도 필요하다는 점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대 등으로 투자 비용도 커지는데, 이에 따른 인상 압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 교수는 “독일은 전기요금 항목에 송배전 비용도 따로 있는데, 우리나라도 전기요금 구조를 더 세분화해 소비자에게 더 정확한 요금 원가를 제공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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