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늘어난 삼성 부사장 덕분에… 현대차 G90 ‘뜻밖 수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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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제 개편으로 신규 부사장 수백 명
부사장 이상에 지급되는 G90 ‘특수’
“현대차, 수백 대 풀옵션 G90 팔게 돼”
전무용 G80, 중고차 시장 대거 풀릴 듯

G90은 최신 기술 탑재는 물론이고 아날로그 감성의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G90은 최신 기술 탑재는 물론이고 아날로그 감성의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 제공
“올해 삼성그룹 인사의 수혜자는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

삼성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임원 직급체계를 ‘부사장’으로 통일하는 직제 개편에 나서자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올해 단행된 삼성그룹 직제·인사개편으로 대거 늘어난 ‘부사장’들이 현대차 고급 세단인 ‘G90’(사진)을 타게 되면서다. 현대차 G90이 수백 대 이상 더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의 전무 직제를 없애는 등 직급체계 개편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에서만 100여 명의 신규 부사장(상무→부사장, 전무→부사장 등)이 탄생했다. 다른 계열사들까지 합치면 신규 부사장은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삼성은 상무에게는 ‘그랜저’, 전무에게는 ‘G80’, 부사장 이상에게는 ‘G90’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번 직제 개편으로 전무로 있다가 갑자기 부사장이 된 ‘뜻밖의 부사장’과 전무 직제 삭제로 단번에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오른 ‘한방에 부사장’들이 대거 G90을 받게 됐다. 삼성은 과거 G80을 타던 뜻밖의 부사장(옛 전무)들에게도 원칙적으로 G90을 지급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만 최소 수백 대의 G90이 필요할 것 같은데 직접 구매가 아닌 리스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들에게는 풀 옵션 차량을 제공할 것으로 보여 현대차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수백 대의 풀 옵션 G90을 팔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도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전무에게 지급된 G80은 곧바로 회수돼 중고차 시장에 대거 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인기가 높은 데다 지난해 전무급이 타던 것이라면 최신형”이라며 “주로 풀 옵션인 법인차들은 대부분 곱게 몰고 주행거리도 길지 않아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을 예측해 완전 변경 4세대 G90을 기어코 12월에 출시한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SK그룹도 2019년 임원 직급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일한 후 차량 차등을 없앴다. 많은 임원들이 제네시스 G80과 G90, 벤츠 E클래스 중 법인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 임원급을 ‘경영리더’로 바꾼 CJ그룹은 경영리더 기간 및 역할 등에 따라 차량을 차등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임원은 “기아나 벤츠 등 다른 차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벤츠 등 외제차는 눈치가 보이고 G80은 스포티한 젊은 감성이 강해서 임원급에서는 G90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현대자동차#g90#삼성#자동차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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