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격, 올해 5차례까지 올려… “한국 소비자만 덤터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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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컨슈머 리포트]〈4〉해외 명품 가격인상 논란

박민주(가명·31) 씨는 생애 첫 명품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올해 10월 샤넬 매장에 두 번 ‘오픈런’(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줄 서는 것)을 했다. 하지만 원하는 상품이 입고돼 있지 않아 두 번 모두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가방 가격은 계속 올라 1000만 원을 넘어섰다. 박 씨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샤넬이 올해 들어 네 번째 가격 인상을 하면서 인기 제품인 클래식백 라인의 가격이 모두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라인의 ‘스몰’ 사이즈는 785만 원이었다. 올해 들어 샤넬뿐 아니라 루이비통, 프라다 등 인기 명품 업체들이 수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판매 부진을 한국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제작비 인상 반영” vs “실적 부진 만회”


코로나19 이후 명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유례없이 잦아졌다. ‘오픈런’의 원조인 샤넬은 올해 4차례 가격을 올렸고 프라다와 루이비통은 각각 5차례 인상했다. 보테가 베네타, 버버리, 셀린느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1∼3차례 가격을 올렸다.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 이유로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변화 △환율 변동 △원자재값 인상 △인건비 상승 등을 든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가격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샤넬 관계자 역시 “가격 조정은 조화로운 가격 정책에 의거해 진행되고 모든 마켓 간 현저한 가격 차를 제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명품업체들의 잦은 가격 인상 배경에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글로벌 실적이 있을 것으로 본다. 서구권에서 줄어든 매출을 수요가 높은 아시아에서의 가격 인상으로 보완한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회장)는 “명품의 원산지인 서구권에서는 수요층이 제한돼 있지만 아시아권, 개발도상국에서는 성장 여지가 크다 보니 가격 정책이 달라지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희소성 증대와 리셀시장 성장세도 원인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은 호황이었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판매액은 18% 줄었다. 반면 한국의 명품 판매액은 135억3970만 달러(약 15조1792억 원)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며 7위로 올라섰다. 한국보다 앞선 나라 가운데 판매액이 증가한 국가는 중국(2위)뿐이었다. 미국(1위) 일본(3위) 프랑스(4위) 등은 20%가량 판매액이 줄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명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행 제한으로 인한 희소성 증대, 리셀시장 급성장 등 가격 상승에 아랑곳하지 않는 수요층이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있어서다. 양수진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은 ‘내가 산 제품이 다음 시즌에는 더 비싸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리셀 시장에 내놓으면 구입한 금액만큼 벌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셀에 능한 젊은층까지 수요자로 대거 몰리면서 명품 가격 인상에 유리한 조건이 계속 형성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명품#가격인상#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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