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훈풍 기대했는데…울상된 항공업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8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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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비 지출 큰 항공사, 유가 오르면 수익성 악화
항공유 지난해 배럴당 48달러서 71달러로 상승
대한항공 하와이, 아시아나 괌 노선 재개 추진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항공업계가 예상치 못한 유가 상승과 강(强)달러라는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트래블버블’ 협약 지역 확대와 ‘위드(with) 코로나’(방역을 유지하되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것) 조치 후 여행객 증가를 기대하고는 있으나, 수익을 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제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98.04달러로 나타났다. 1주 전 배럴당 94.56달러보다 3.7% 올랐으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7.8%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약 44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2배로 오른 것이다.

항공유가 오르면서 기본 운임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도 상승하고 있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이 갤런(1갤런=3.785리터)당 평균 150센트 이상일 때 단계별로 부과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은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없었으나, 올해 4월부터는 다시 유류할증료가 붙고 있다. 10월의 경우 3단계가 적용돼 편도 기준으로 4800원~3만6000원이 부과되고 있다. 국내선에도 올해 2월부터 유류할증료가 적용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유류비 지출이 가장 큰 항공사의 수익성은 떨어지게 된다. 지난해 항공유의 연평균 가격은 배럴당 48달러 선이었는데, 올해는 71달러 선이다. 국내 항공사의 고정비용 지출 중 유류비는 20~30%를 차지한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승객을 이전 수준만큼 모으기 어렵기 때문에, 유가 인상분을 항공권에 전가해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1월 달러당 1100원에 미치지 않았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달러당 120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원화 가치 하락). 이에 달러로 결재해야 하는 기름값, 항공기 리스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56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제주항공은 환율 5% 상승하면 185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유가와 환율 동시 상승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외여행객이 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방역이 잘된 국가 간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인 트래블버블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이판에 이어 다음 달부터 싱가포르와 트래블버블 제도를 시행한다. 사이판의 경우 올해 연말까지 만석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이고 있으며, 싱가포르도 항공편 관련 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8월 국제선 여객 수는 33만9820명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월별 최고치를 보였다. 해외여행객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위드 코로나 조치가 시행되면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퍼져 있다.

대한항공은 11월 하와이, 아시아나항공은 12월 괌 노선 운항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승객 수요가 많은 중단거리 노선인 중국, 태국 방콕 노선 재운항 허가를 국토부에 신청하고 연내 비행기를 띄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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