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과 경영자가 할 일[기고/박두용]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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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기획]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최근 가는 곳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안전의 역사에서 이 법만큼 뜨거운 관심과 찬반의견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싶다. 사업장이나 경영자들로부터는 하나같이 힘들다, 너무 이르다는 볼멘소리를 듣는다. 노동계나 시민단체는 이제라도 통과돼 다행이라면서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한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을 3년간 적용 유예한 것이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적용을 면제한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영계에서도 이제 안전을 제대로 지켜야 하며 적어도 사망사고 정도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에는 동의하는 눈치다. 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도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안전을 지키지 않아도 되던 시대’였다. 사업장 입장에서 보면 안전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나 절박성이 크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에 안전은 법령을 통해 규제할 수밖에 없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정해놓는 ‘명령-통제형 규제’는 대개 기술적이고 획일적이다. 기술적 획일적 규제는 천차만별의 사업장에 적용하기도 어렵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과 신공법이 쏟아지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쫓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영계가 틈만 나면 규제완화를 요구했던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업장이 안전보건 규제를 준수했던 것은, 그것만 하면 사고가 나도 어느 정도 면책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형식적 법령만 지켰다고 해서 면책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단지 법령을 준수했느냐 여부만이 아니라 사업장이나 경영자가 정말로 예방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중대재해처벌법이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법보다 무서운 것이 사회적 비난 여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물론이고 여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태도와 진정성이다. 사고를 막기 위해 기술적, 물리적 조치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계가 있다. 진정으로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서 산재사고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회적 여론은 물론이고 법원의 판결에서도 경영자의 태도나 진정성이 중요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경영자의 태도와 진정성만으로 사고를 막을 수는 없지만, 경영자가 진정성이 없다면 사고는 예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 지금 경영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찾아야 할 곳은 법무법인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일하는 사람들과 일선 현장이다.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중대재해처벌법#박두용#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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