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다운계약·탈세 등 불법 난무…244건 적발

황재성기자 입력 2021-04-19 11:08수정 2021-04-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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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대 및 개발 전문회사 A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아파트 10채를 집중 매수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거래금액이 8억 원이었지만 신고금액은 6억9000만 원으로 낮췄다.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만든 것이다.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한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과 이를 통해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탈세 혐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지난해 9~11월까지 창원 등 지방 15개 지역에서 이뤄진 2만 5455건의 부동산 거래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탈세 의심 58건과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162건 등을 포함해 모두 244건의 불법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국토부는 이들에 대해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경찰청,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 등에 통보하고, 탈세혐의 분석 등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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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계약부터 편법 증여까지
국토부가 불법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244건 가운데 거래신고법 위반이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탈세가 58건, 대출규정 위반이 4건, 명의신탁 등 기타도 20건에 달했다.

다운계약을 통해 아파트 10채를 집중 매입했다고 신고한 A사는 대표적인 불법 사례다. 국토부는 A사에 대해 국세청에는 양도세 탈세혐의 조사를, 대구광역시에는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와 취득세 추징 등을 각각 요청하기로 했다.

불법 명의신탁이 적발되기도 했다. 명의신탁은 종중 보유 부동산을 대신 등기하거나 배우자 명의 부동산을 등기한 경우 등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런데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B씨는 2000년 6~11월까지 경남 창원 성산구에 위치한 아파트 6채를 6억 8000만 원에 매입하면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C의 명의로 계약하고 신고했다.

국토부는 B씨에 대해 불법 명의신탁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만약 불법이 사실로 확인되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따라 B씨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부동산가액의 30%에 달하는 과징금도 내야 한다.

편법 증여 사례도 있었다. 60대 D씨는 울산 남구의 3억5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한 채 매입하면서 전세금(9000만 원)을 뺀 나머지 2억6000만 원을 사위 E씨로부터 받아 지불했다. 국토부는 국세청에 통보해 편법 증여 여부를 확인하게 할 계획이다. 만약 빌려준 돈이라면 세법상 적정이자(연 4.6%)를 줬는지 등도 따져보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밖에도 드러난 의심 사례와 관련해 대출 규정 위반 건은 금융위, 금감원 등에 통보해 금융회사 점검 및 대출금 회수 등이 이뤄지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지방에서도 활발했던 부동산 투기
이번 결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조사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됐는데, 조사대상이 된 거래들은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하곤 모두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이른바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기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세종시는 2016년 11월에 조정대상지역으로, 2017년 8월에는 투기과열지구로 각각 지정됐다. 반면 13곳은 모두 거래가 이뤄진 이후인 지난해 12월 18일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나머지 1곳인 경북 포항 북구는 아예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정부 조사가 필요에 따라서는 규제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비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외지인이 세금회피를 목적으로 공시가 1억 원 이하 저가주택의 매수가 급증하는 등 이상 과열조짐이 확산돼 지역주민과 실수요자의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조사를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15곳에서 외지인이 최근 6개월 새 3회 이상의 주택을 매수(794건)했거나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미성년자가 주택을 매수한 경우(14건) 등이 주 타깃이었다.

● 강도 높아질 부동산 불법 거래 수사
국토부는 투명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목표로 앞으로도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7일 부동산 거래동향 분석과 조사, 불법행위 단속을 전담하는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는 지난해 2월 임시조직으로 만들어졌던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대응반’을 정규 조직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국토부 직원과 국세청, 금융위, 경찰청 등에서 파견된 전문인력 등 모두 23명이 근무하면서 실거래 분석과 조사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다만 실거래조사와 수사를 병행할 경우 권한 집중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범죄수사 기능은 배제됐다. 대신 실거래조사 대상에 주택뿐만 아니라 토지도 포함해 투기성 거래도 적극 조사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또 아파트 단지 내 최고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허위로 신고했다가 취소하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2월부터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샀다가 다시 되파는 ‘자전거래’ 등 범죄혐의가 확인되면 관할지역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꾸미는 등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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