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의 실전투자]주택경매, 전세권 설정여부 살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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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전세권-우선변제권과 대항력 모두 갖고 있는 경우
보증금보다 경매 낙찰가 적어도 낙찰자가 보증금 잔액 돌려줘야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셋집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회사원 A 씨는 계약갱신 요구를 못했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서다. 전셋값이 너무 올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그는 이번 기회에 집을 장만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전셋값 수준에 경매로 나온 아파트 매물을 발견했다. 등기부등본상 권리는 1순위 전세권, 2순위 근저당권, 3순위 가압류 순이었다. 선순위 전세권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대항력에 따라 배당 요구를 한 상태였다. 그는 이 매물을 경매로 매수해도 되는지 궁금해졌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 모두 오르면서 경매로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세권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수단인데, 경매 투자자들에겐 매수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필수 요소다. 그래야 정확한 권리 분석을 토대로 매수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권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급하고 계약 기간 동안 사용한 뒤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선순위 전세권자는 후순위 권리자나 기타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세입자는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전세권 설정을 하거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고 비용도 발생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만 받는 경우가 좀 더 많다.

세입자 입장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법적 성격은 전혀 다르다. 전세권은 법적으로 ‘물권’이지만, 전세권을 설정하지 않은 임대차 계약은 ‘채권’이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췄더라도 임대차 계약이 채권 계약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권리를 더 강화하려고 전세권과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모두 갖추는 세입자도 있다. 선순위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한 뒤 이와 동일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받으면 ‘선순위 전세권자’이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까지 갖춘 세입자’라는 두 가지 법적 지위를 모두 얻게 된다.

물론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세입자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배당을 요구하지 않은 전세권은 경매 매수인이 인수하지만, 배당을 요구한 경우 경매로 소멸된다는 점이다. 선순위 전세권자일지라도 경매 낙찰가가 보증금보다 적을 경우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두 가지 법적 지위를 모두 갖추고 있다면 배당 요구로 전세권이 소멸됐더라도 나머지 보증금에 대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선순위 전세권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모두 갖추는 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이중 안전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경매에서 두 지위를 모두 갖춘 세입자가 세 들어 있는 집을 매수한다면 경매 낙찰가와 무관하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줘야 한다. 두 가지 법적 지위를 모두 갖춘 세입자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따라 배당 요구를 했다면 전세권은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매수인이 인수해야 한다. 만약 세입자가 경매를 통해 보증금을 전액 배당받았다면 매수인이 인수해야 할 보증금은 없다. 전세권 설정 등기 말소를 청구해 전세권을 소멸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세입자가 보증금 전액을 배당받지 못했다면 남은 보증금까지 매수인이 돌려줘야 한다. 반대로 세입자가 전세권에 따라 배당 요구를 했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살아 있기 때문에 매수인이 보증금 잔액을 돌려줘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고준석의 실전투자#주택경매#전세권#설정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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