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는 ‘비대면 시대’… 디지털 전환 속도 빨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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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서 기회 찾는 기업들
AI-5G 등 차세대 사업 투자에 총력
생산 유통 자동화로 시간-경비 절감
‘포스트 코로나’ 대비해 ‘애자일 경영’
M&A로 몸집 키워 경쟁력 확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창궐로 2020년 기업 활동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산과 판매 모두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모두가 어려워 움츠릴 때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는 곳들 또한 적지 않다. 과거 기업들은 석유파동 때 중화학공업에, 외환위기 때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왔다. 올해 코로나19가 불러온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도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정신을 앞세우며 ‘언택트(비대면)’ ‘재택근무’ ‘개인화’ 등으로 상징되는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문화와 일상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반도체에 이어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 투자를 적극 집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미 25조 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6월 AI 연구를 개척한 승현준 교수를 삼성전자 선행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에 내정하는 등 AI 핵심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서 5월 ‘뉴삼성 비전’을 발표하며 회사의 미래를 위해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적극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미국 버라이즌으로의 66억4000만 달러 규모 5G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비롯한 5G 사업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등 ‘반도체 비전 2030’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6조 원 투자가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일찍이 발표한 전동화 차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사업 역량 확보 등에 61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자동차 부문에서의 영업이익률 8% 달성,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5%대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 전동화 시대 대응을 강화하고, 개인용 비행체(PAV), 로보틱스 등 다양한 모빌리티 제품군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끊임없는 이동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SK그룹은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사회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 인수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인수 가격이 90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재택을 비롯한 원격근무 확대로 클라우드, 빅데이터 관련 수요가 늘고 이에 맞춰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경쟁력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SK머티리얼즈가 올해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하며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의 국산화율 제고에 힘을 보탰고, SK실트론은 지난해 미국 듀폰에서 전기차에 반드시 필요한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하며 미래 산업의 발판을 닦았다.

LG그룹은 선제적으로 나서 시장을 개척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롱텀에볼루션(LTE) 등의 경험을 발판으로 현재의 험난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광모 ㈜LG 대표는 9월 22일 사장단 워크숍에서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더 심각해지고,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경영환경, 급속도로 변화하는 업계 동향에 민첩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며 적극적인 도전과 위기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에서 세계 1위에 오른 LG화학, 청정가전과 AI로 미래형 가전을 개척하는 LG전자,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비대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LG CNS 등 그룹 전체가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룹의 양대 축인 화학과 유통에서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는 사업구조 구축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7월 14일 ‘2020 하반기 롯데 VCM(가치 창조 회의)’에서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며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너무 위축되거나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발맞춰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사업 내에 디자인테크부문을 신설해 고객 요구에 걸맞은 제품 생산을 추진 중이고, 디지털 전환(DT)을 바탕으로 생산과정에서의 시간과 비용단축을 구현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두산솔루스, 쇼와덴코 지분 매입에 참여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유통 또한 롯데칠성음료 롯데정보통신 등이 DT에 맞춰 공장 및 물류, 배송 자동화 등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R&D는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를 굳히며 재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경제정책을 분석한 ‘코로나 공존시대, 주요국의 국가 어젠다와 경제혁신 전략’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디지털 가속화, 그린딜(녹색성장),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급망 재구축을 코로나19 이후의 혁신 과제로 꼽고 있다. 코로나19와의 공존 시대에 디지털 기반 경제체제는 필수가 됐고, 친환경은 급속한 기후변화 위기 속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절실하게 체감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도 마찬가지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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