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 산에서 치유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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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보건 의료인 치유 프로그램 운영
자가격리자에 식물꾸러미 전달
‘한국형 산림뉴딜정책’ 추진 박차

산불을 감시중인 산림청 드론. 산림청 제공
산불을 감시중인 산림청 드론. 산림청 제공
‘사람이 도시에 있으니 숲이 도시로 내려가야죠.’(산림청, 도시 숲 조성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왜 힘들게 높은 산에 올라가서 산불을 감시해? 드론이 있는데’.(산림청, 산불감시에 드론을 활용하면서)

산림청이 올해 산림경영과 재해대응, 산림복지 분야 등에서 실시한 다양한 혁신정책이 눈에 띈다. 특히 ‘한국형 산림뉴딜정책’이라 불리는 K-포레스트 추진계획은 산림정책의 큰 전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 중심 산림정책으로의 전환


코로나19 방역에 나섰던 보건의료진이 경북 김천치유의 숲 자작나무 아래에서 심신안정을 달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산림복지진흥원 제공
코로나19 방역에 나섰던 보건의료진이 경북 김천치유의 숲 자작나무 아래에서 심신안정을 달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산림복지진흥원 제공
20일 오전 경북 청도군 운문면 국립청도숲체원.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서수희 구호복지팀장(49)은 오랜만에 숲에서 맑은 공기를 실컷 마셨다. “이게 얼마 만인가…” 서 팀장은 올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 서 팀장이 모처럼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은 산림청과 산림복지진흥원,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온 드림 숲 속 힐링교실’ 덕분. 이들 기관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건 의료진의 심신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전국 산림치유원과 숲체원에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창재 산림복지진흥원장은 “정부의 국정과제인 부처 협력사업 개발의 일환으로 지역 보건의료인의 심신 안정과 피로해소를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산림청은 코로나19 긴급대응반도 설치해 의료인의 산림치유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충격이 전달된 임업인의 소득안정 및 피해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관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에 참여하면서 협력사업 중 하나로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식물꾸러미인 ‘반려식물’을 보내는 사업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디지털 기반으로 혁신 관리


올 5월에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은 성공적인 진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고성 속초 산불에 비해 ‘주불 진화 1시간 감축’, ‘피해면적 90% 저감’ 등의 데이터가 그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산림청이 그동안 추진해 온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산림재해대응이 주효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동해안 산불을 계기로 산불확산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산림 경사, 토질, 수종(樹種), 사면 위치 등 산림정보와 기상정보를 종합해 산불을 종합 분석해 대응하는 시스템. 산불 이동방향과 속도 등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국민 맞춤형 서비스도 확대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임업경영체 등록확인서·증명서 무인민원 서비스. 기존에는 임업인은 해당 서류를 떼기 위해 해당 지방청을 방문하거나 전화 요청 후, 우편이나 팩스를 통해 받았으나 이제는 전국 4000여 곳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서 24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김기현 산림청 혁신행정담당관은 “산림현장에 첨단기술과 혁신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생각이 곧 산림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산림청이 소각산불 예방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3000만 원의 포상금을 내건 것도 화제다. 이 공모전은 행정안전부가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한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인 ‘도전. 한국’ 정책에 채택된 것. 산림청 관계자는 “소각산불은 산불 발생의 두 번째 큰 요인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132건이 발생해 87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사상자도 48명에 달했다”며 “과감한 포상금을 내건 것은 정책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해 그 이상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7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돌봄교실에는 맛밤, 오미자음료, 밤빵 등 임산물 간식이 제공됐다. 그동안 빵과 우유를 일부 임산물로 교체한 것. 이는 산림청이 시행하는 국민디자인과제에서 제안된 것으로, 한국임업진흥원이 충북 옥천군 장야초를 방문조사한 결과, 90% 이상이 ‘또 먹고 싶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보행불편 노인 이용 산림복지, 언택트 숲해설 등 7건의 아이디어가 제공돼 정책에 반영했다.

국민들이 산림분야 예산 편성 초기부터 참여하는 국민참여예산사업도 지난해 2건(약 62억 원)에서 내년에는 7건(452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소화탄 활용 드론 진화대, 자녀안심 그린숲, 분할지급형 사유림 매수 등이 그것이다.







▼ 박종호 산림청장 인터뷰 ▼

“코로나 시대, 숲에서 새로운 일상 찾을 것”

“사람 중심 산림정책을 통해 온 국민이 산림의 가치를 누리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산림정책 혁신을 가속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박종호 산림청장(사진)은 “올해는 코로나19 등으로 모든 국민들이 힘겨워하고 있다”며 “산림청은 상처받고 지친 국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산림청은 지난 50년간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 등 고유 미션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숲에서 찾는 새로운 일상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사람 중심의 산림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청장이 이를 위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형 산림뉴딜인 ‘K-포레스트’다. 그중 하나가 숲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림은 대중과 분리된 야외공간으로 개방성이 높고 이용밀도가 낮아 코로나19 대응인력과 피해자의 심리적 스트레스, 육체적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자가격리자를 위로하고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반려식물, 코로나19 대응 공공의료기관 40곳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가든도 이 같은 맥락에서 도입됐다.

박 청장은 이 외에도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제거하고,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산림현장에 더욱 속도감 있게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는 “산림현장 대부분은 통신이 되지 않는 지형적 특수성을 감안해 다기능 모바일, 드론 등 과학적 기반을 산림현장에 적극 도입해 신뢰받는 정부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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