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로 본보기집 구경하고, 스마트폰으로 집안 조명 끄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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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바람 탄 건설업계
건설현장에 스마트 시스템 도입
AI-IoT 기술 적용 스마트홈 구현
코로나19 여파 대면 접촉 최소화
‘사이버 본보기집’ 대세로 떠올라

삼성물산 직원들이 현장업무 모바일시스템 ‘스마트 위(Smart We)’의 화상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회의하는 모습. 국내 건설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스마트 건설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직원들이 현장업무 모바일시스템 ‘스마트 위(Smart We)’의 화상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회의하는 모습. 국내 건설사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스마트 건설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건설·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분양을 시작한 본보기집 앞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줄 지어 있는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집 보러 오세요’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주택 시장에서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영상 등 신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일명 ‘언택트(Untact)’ 시대. 접촉이라는 뜻의 ‘콘택트(Contact)’와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언택트는 코로나19 시대를 대변하는 단어로 자리했다. 건설사들에도 언택트는 피할 수 없는 키워드다. 전통적인 사업 방식으로는 포화 상태인 주택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고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진 해외 건설 현장 진출도 쉽지 않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미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스마트 건설 기술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코로나19로 인기가 높아지는 친환경 주택 건설에 앞장서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택에 스마트홈 구축, 건설현장에 로봇 도입

삼성물산은 건설현장에서 스마트 건설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장비 등을 건설현장 곳곳에 도입 중이다. 덕분에 현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공시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IoT 기술로는 밀폐공간의 유해가스나 소음, 비산 먼지 등을 모니터링한다.

현대건설은 자체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언택트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스마트홈 IoT 기기인 하이오티(Hi-oT)는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으로 가구나 각종 기기 상태를 조회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이다. 빌트인 음성인식 시스템 ‘보이스홈’은 실내에서 음성으로 각종 기기를 조작할 수 있게 돕는다.

GS건설은 이달 건설업계 최초로 AI로봇인 자이봇 ‘클로이(CLOi)’를 선보였다. 자율주행 형태의 서비스 안내 로봇으로 본보기집에 투입돼 고객들에게 각종 정보를 알려준다. 올해 7월에는 건설현장에 다리가 4개 달린 로봇인 ‘스팟(SPOT)’을 도입했다. 스팟은 아파트 현장 입주 전 하자 품질 검토, 교량 공사 현장 공정, 품질 현황 검토 등에 활용된다.

대림산업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유한 빅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주거상품인 ‘C2 HOUSE’를 개발했다. 개성 있는 삶(Creative Living)과 주문제작 공간(Customizing Space)의 결합어다. 가장 큰 특징은 내력 벽체를 최소화해서 평면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거 형태의 변화와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로 현관에 에어샤워기 등 친환경 강화


대우건설은 아파트 단지 내의 공기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인 ‘5ZCS’를 개발해 적용 중이다. 5ZCS는 단지를 5개의 구역(Zone)으로 구분해 입주민 동선을 관리하고, 옥외 공기질 측정기를 통해 홈 네트워크 기기인 월패드로 단지 내 공기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친환경 단지의 수요가 높아진 만큼 앞으로도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쓸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코로나19로 변화된 생활과 소비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주거공간 ‘AZIT(아지트) 3.0’을 개발해 앞으로 분양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 의류 관리기와 살균기 등(타입별로 선택 적용)의 가전상품을 설치하고, 현관 천장에는 에어샤워기(먼지제거기)도 도입한다. 또 헤파 필터(미세입자를 걸러내는 고성능 필터)가 장착된 전열 교환기(외부 공기를 따뜻하거나 차갑게 하는 열교환기)를 방마다 넣을 계획이다.

SK건설 역시 코로나19 등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클린-케어’ 평면을 개발해 전용면적 84m² 타입에 적용한다. 가구 현관에 중문과 신발 살균기를 설치하고, 거실로 향하는 중문 외 별도의 공간인 ‘클린-케어룸’을 조성해 이동 동선을 분리했다. 클린-케어룸에는 SK건설이 개발한 자외선 발광다이오드(UV LED) 모듈 제균 환풍기와 스타일러 등을 설치한다. UV LED는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은 적은 대신 살균 효과는 우수하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건설업계


대방건설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올해 초부터 신규 분양하는 현장마다 ‘사이버 본보기집’을 개관했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오프라인 본보기집을 방문하지 않아도 분양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고객들을 돕기 위함이다. 대신 AR 및 VR 기술을 활용해 기존 오프라인 본보기집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구현했다.

포스코건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부분의 사내 업무를 언택트 방식으로 전환했다. 국내외 현장 관리나 대응뿐만 아니라 임직원 간의 회의나 ‘건설경영아카데미’와 같은 사내 교육도 화상으로 진행 중이다. 업무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 신입 채용 과정에서도 화상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언택트 시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비대면 사회공헌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지원 중이다. 올해 4월에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굿윌스토어’와 함께하는 임직원 물품기증 캠페인을 비대면으로 실시했다. 6월에는 사회적기업 ‘빅워크(Big Walk)’와 협업해 ‘걸음으로 함께하는 기부’라는 주제로 모바일 앱을 활용한 비대면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건설#언택트#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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