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우려 전달에도… 여야, ‘공정경제 3법’ 처리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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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이낙연-김종인 잇단 면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경제계 
우려를 전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진행된 박 회장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의 만남은 별도의 공개 발언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시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경제계 우려를 전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진행된 박 회장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사진)의 만남은 별도의 공개 발언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시스
“경제계의 우려에 여야가 기업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으니 진일보했다고 본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2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를 만난 뒤 이렇게 말했다. 박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정치권에 호소하자 여야가 일단 “재계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잠시 주춤하게 됐지만 여전히 여야 대표 모두 법안 처리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희망을 갖기엔 이르다는 분위기다.

이날 박 회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정치권에서 하겠다는 말만 나오니까 여야가 합의하면 일사천리로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토론의 장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기업이 (자신들의 입장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을 추진하는) 방법과 절차의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공정경제 3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당연히 그 일환으로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답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도 공개 발언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 박 회장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박 회장에게) ‘한국 경제에 큰 손실이 올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게 아니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기업의 의견을) 잘 반영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만든 사람인데 그때 공약은 지금 법안보다도 더 강했다”면서 “기업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상식으로 판단해서 접합점을 찾으면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15일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김 위원장을 찾아 공정경제 3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했고, 23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국회를 찾는다. 경제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면 해외 투기 자본 공격에 손쉽게 노출되고, 과도한 규제로 향후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줄어든다며 법 개정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면 해외 투기 세력들이 주주 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지 말아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향후 국회가 공청회나 토론회를 연다고 해도 공정경제 3법의 통과를 막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여야는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면서도 법안 통과 의지는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경제계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는 데 동의하실 것이라 믿는다”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솔직히 (반대하는 측이) 문제에 대해 파악을 하고 인식을 해서 얘기를 한 건지 그냥 일반적으로 듣는 얘기를 반영한 건지 잘 모르겠다”며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계는 일단 여야가 기업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만이라도 어디냐며 반기면서도 내심 불안해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에도 입법예고를 하며 경제계의 의견을 듣는다고 했지만 실제 내용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공청회, 토론회를 열더라도 기업의 엄살 정도로 치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강성휘 기자
#공정경제 3법#박용만#이낙연#김종인#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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