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용대출 폭증 ‘경고’…신용대출도 막히나

  • 뉴시스

금융당국이 최근 급증세를 보이는 신용대출을 향해 잇따라 ‘구두경고’를 날리면서 앞으로 신용대출 마저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전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이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6월 이후 증가폭은 더욱 확대됐다”며 “금융회사 차원에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날인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은행권, 특히 제2금융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가 대책 가능성을 높인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신용대출은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월 2000억원에 불과했던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2월 2조1000억원으로 뛰어오르더니 6월 3조7000억원, 7월 4조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수요가 커진 데다, 주택시장 과열 현상이 지속되면서 긴급 매매자금 수요가 몰리는 복합적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매매 거래를 위한 자금 수요가 일반 신용대출로 몰리는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례적 현상까지 일면서 증가세를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1.74%~3.76% 수준인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03%~4.27% 수준이다.

여기에 ‘동학개미운동’ 열풍이 불면서 빚을 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도 신용대출 급증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당분간 긴급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당장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까지 조일 경우 자칫 ‘비 오는데 우산을 뺏어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최근 신용대출 급증세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 향후 추가 대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용대출은 가계부채 부실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용대출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경우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집값 안정’ 대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만 받는 고객의 자금 용도를 파악하고 관리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신용대출 폭증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결국 총량 규제 방식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정부에서 ‘DSR’을 잇따라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모든 종류의 부채를 합산해 연 소득 대비 상환능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규제 수단으로 여겨진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이상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받는 차주는 개별적으로 은행권 40%, 비은행권 60%의 DSR규제를 적용받는다. 기존엔 금융회사별로 업권별 평균 목표인 40% 이내로 관리해 왔지만, 금융위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차주 개별적으로 DSR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비율을 맞추려면 대출 총량을 옥죄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분별한 신용대출을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주식과 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향후 시장 불안 시 금융회사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현재 총 DSR 비율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특히 홍남기 부총리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당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2 금융권의 부실한 DSR 권고 기준을 강화하고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기재부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현장에서 정확하게 규제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의 연이은 ‘대출 조이기’는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자금 융통을 어렵게 만들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돈이 필요해서 대출을 받으러 오는 고객 돈을 안 내줄 수는 없지 않겠냐”며 “갑자기 신용대출을 줄이라고 하면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고객 자금 융통까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보기에는 신용대출 급증으로 증시나 부동산시장 버블 뇌관 터질 우려가 있으니 경각심 주는 차원으로 은행들의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며 “DSR은 주택구입자금 뿐만이 아니라 생활안정자금도 다 제한하는 정책인데 무작정 강화한다면 일반 서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에 따라 한도가 정해지는 신용대출 상품 취급을 줄이는 건 은행들 입장에서도 손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와 우대 금리를 일시적으로 축소했다가 한 달여 만에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보통 생활안정자금으로 나가는데, 현재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긴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오는 고객들에 자금을 안내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신용대출은 신용등급을 토대로 나가는 상품이기 때문에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면 심사과정을 까다롭게 하기는 어렵다”며 “은행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향후 연체 가능성이나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신경써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기존에 해오던 것과 달리 심사 강화 등을 논의하는 건 아직 없는 상태”라며 “(일선 영업점의) 감독규정 준수 여부 등 모니터링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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