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미루고 아내를 ‘세입자’로 들여 전세대출 받기도

신나리 기자 , 장윤정 기자 , 강유현 기자 입력 2020-08-15 03:00수정 2020-08-1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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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규제 피하기 백태
아내 명의 법인에 서류상 매각 후 법인 명의로 은행서 담보 대출
강남 2채 지키려 황혼 이혼하고 양도세 줄이려 부부 간 증여
건보료 낮추려 위장취업 경우도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지방에 두 채를 보유한 40대 A 씨는 5월 지방 아파트를 모두 ‘처분’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세금을 강화하자 서울에 ‘똘똘한 집’ 한 채만 남겨두라는 세무사의 조언을 따랐다.

매수자도 나서지 않는 데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부모님이 계속 거주해야 하는 아파트를 넘기는 게 걱정스러웠던 A 씨는 서류로만 매각하는 꼼수를 찾아냈다. 아내 명의의 법인에 아파트 2채를 넘긴 것이다. 그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 지난달 1일 이전 거래를 마무리하고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 대출까지 받을 수 있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세제를 동원하면서 쏟아지는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투자자들과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다. A 씨처럼 다주택자가 가족 등의 명의로 법인을 세우고 세금을 회피하자, 정부는 7·10부동산대책에서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6%로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은 “정부의 규제 강화 이후 가족법인을 세웠다가 후회하거나 청산 방법을 상담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법인을 세워 매입한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덜어보려는 움직임은 사실상 ‘올스톱’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인의 주택 투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자 이번에는 규제를 피해 도심 지역의 5층 이하, 시가 50억 원 이하의 크기가 작은 비주거용 ‘꼬마 빌딩’ 등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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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법적으로만 갈라서는 ‘서류상 황혼 이혼’을 선택하는 은퇴자들도 있다. 퇴직 2년 차에 접어든 B 씨(58)는 한 채당 20억 원에서 30억 원 사이를 오가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 2채를 지키기 위해 부인과 최근 협의이혼을 했다. B 씨는 “금융자산은 없고 집만 있는데 늘어나는 부동산 보유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내와 법적으로 이혼을 하고 서로 한 채씩 나눴다. 부동산 세금 때문에 멀쩡한 부부도 갈라선다는 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6억 원까지는 세금을 물지 않는 부부 간 증여를 통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려는 이들도 있다. 남편이 3억 원에 구입한 아파트를 아내에게 5억 원에 증여한 뒤 5년 뒤 아파트가 7억 원까지 올라 매각한다면 증여로 취득한 주택 취득 원가는 5억 원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부장은 “이 경우 4억 원이 아닌 2억 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고 말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종부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울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쓰였다. 유언장을 작성하고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길 경우 신탁회사가 부동산 보유세를 납부한다는 점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2020년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며 내년부터 위탁자에게 보유세를 물리기로 했다.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한 종부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퇴직 후 지역의료보험으로 갈아탄 은퇴자들이 갑자기 불어난 건강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가족이 운영하는 법인에 위장 취업을 하기도 한다. 재산 3억5000만 원(과세 표준 기준), 연간 사업소득 약 3300만 원이 있는 사업자인 C 씨는 남편이 대표로 있는 약국에 월 90만 원을 받는 근로자로 위장 취업하고 건보료를 월 30만 원 정도 줄였다가 건보공단에 덜미가 잡혔다.

고육지책으로 혼인 신고까지 미루고 당국의 대출 규제를 피해 집 장만에 나서는 젊은 부부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 초 결혼한 C 씨(36)는 ‘신혼집’을 장만하기 위해 혼인 신고를 잠시 미뤘다. C 씨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2·16부동산대책으로 9억 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C 씨는 전세를 안고 아파트를 매입한 뒤 법적으로 남남인 ‘아내’에게 은행에서 전세금의 80%인 4억8000만 원을 대출받게 했다. C 씨는 ‘아내’를 새 세입자로 들여 함께 살고 있다. C 씨는 “담보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조건이지만 전세 대출은 거치 기간엔 이자만 갚으면 되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윤정·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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