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해먹는’ 시대서 ‘꺼내먹는’ 시대로… 밀키트가 식탁 바꾼다”

김호경 기자 입력 2020-07-08 03:00수정 2020-07-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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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개척하는 청년창업가들]<19> 프레시지 정중교 대표
경기 용인 ‘프레시지’ 공장에서 만난 정중교 대표가 자사 밀키트를 소개하고 있다. 올해 4월 완공된 이 공장은 신선식품 제조공장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용인=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손질을 마친 재료와 양념,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가 함께 제공되는 가정 간편식의 일종인 ‘밀키트’로 차린 집밥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과 마트 장보기가 줄고 밀키트를 찾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나면서다.

하지만 4년 전만 해도 국내에선 밀키트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가정 간편식은 햇반이나 냉동식품 정도가 전부였다. 국내 어느 식품 제조업체도 주목하지 않던 밀키트를 만들겠다고 뛰어든 신생 기업이 있다. 국내 밀키트 10개 중 7개를 만드는 1위 업체 ‘프레시지’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2일 경기 용인시 프레시지 공장에서 만난 정중교 대표(34)는 “이미 온라인 쇼핑으로 집에서 누워서 장보는 시대가 열렸으니 머지않아 각종 요리를 라면처럼 10분 안에 만들 수 있는 제품이 각광받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자가 꿈이었다. 졸업 후 지인들과 함께 투자 자문사를 차렸다. 가치투자보다 수익률에 일희일비할 때가 많았다. 2015년 11월 투자 자문사를 나와 2개월 후 프레시지를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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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근무 경험은 물론 제조 기술도 없던 그가 신선식품 제조에 뛰어든 건 앞으로 신선식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초 창업할 때만 해도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신선식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장기간 보관하기 어려운 신선식품이야말로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자주 하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양파 같은 원재료를 온라인에서 사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온라인에서 잘 팔릴 만한 신선식품을 고민한 결과가 바로 밀키트였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구상한 사업 모델은 밀키트 정기구독 서비스였다. 제조는 다른 업체에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내 식품 제조업체 대다수가 김치나 국 등 특정 제품에만 특화돼 있다 보니 여러 재료의 손질부터 조리, 포장까지 모두 가능한 업체가 없었다. 그래서 정 대표는 직접 제조하기로 결심하고 2016년 7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낯선 제품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는 “소비재는 3초 안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밀키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만 30분이 걸렸다”며 “밀키트의 대중화는 스타트업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프레시지는 대기업과 손을 잡는 걸로 전략을 수정했다. 여러 대기업에 제안서를 넣은 끝에 2017년 9월 한국야쿠르트에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밀키트를 납품하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한국야쿠르트의 밀키트 브랜드 ‘잇츠온’이다.

‘거인 위에 올라타자’는 전략은 적중했다. 이후 GS리테일, 이마트, 세븐일레븐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프레시지에 밀키트 제조를 맡겼다. 프레시지 브랜드를 단 밀키트 판매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2016년 7000만 원이던 매출은 2017년 15억 원, 2018년 218억 원, 지난해 712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나금융투자, GS홈쇼핑,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액은 1000억 원이 넘는다. 그는 “올해 매출은 2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음식점과 급식업체용 밀키트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이미 수도권 내 170여 개 음식점이 프레시지 밀키트로 조리한 배달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정 대표는 “누구나 좋은 레시피만 갖고 오면 밀키트 개발, 제조, 유통까지 대신 해주는 국내 대표 밀키트 업체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요리는 밀키트에 있다고 봤다. 하루 세 끼 영양분을 모두 담은 알약이 나오더라도 ‘맛’을 찾는 사람의 본성을 충족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 대신 요리하는 로봇도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는 “그동안 요리를 ‘해 먹는’ 시대였지만 앞으론 ‘꺼내 먹는’ 시대가 온다”며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요리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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