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절반 단축… 코로나 위기 넘을때까지만 정부서 도와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車 협력업체 ‘이든텍’ 오린태 대표

지난달 18일 부산 강서구의 자동차 금속 내외장재 제조업체 이든텍에서 이 회사 오린태 대표가 재고 부품들을 뒤로하고 공장 가동률을 30% 수준까지 내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박경모기자 momo@donga.com
지난달 18일 부산 강서구의 자동차 금속 내외장재 제조업체 이든텍에서 이 회사 오린태 대표가 재고 부품들을 뒤로하고 공장 가동률을 30% 수준까지 내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부산=박경모기자 momo@donga.com
《“전체 생산의 70%나 되던 수출물량이 거의 다 끊겼어요. 눈앞이 깜깜합니다.” 부산 강서구에서 자동차 부품회사 이든텍을 운영하는 오린태 대표(사진)는 얼마 전 은행에서 45억 원을 빌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 대출은 설비 투자 때나 받는 거라 생각했던 오 대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이든텍 공장은 30%만 돌아가고, 매월 적자만 쌓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 오 대표는 “어떻게든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찾은 부산 강서구의 자동차부품업체 이든텍 공장 곳곳에는 가동을 멈춘 장비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납품 대기 상태의 부품이 쌓여 있었던 야적장은 맨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오린태 대표는 전원이 꺼진 대형 사출 기계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자동차의 내외장재를 만들기 위해 금속을 알맞은 형태로 가공하는 이 설비는 2월까지만 해도 24시간 돌아갔다. 지금은 하루 8시간도 채 돌아가지 않는다. 일감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199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으로 자동차의 내외장재를 만든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팔린 자동차 중 200여만 대에 이든텍 제품이 사용됐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287억 원, 영업이익 21억 원을 낼 정도로 건실히 회사를 운영해 왔다. 전년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163% 증가한 실적이었다.

올해에도 성장을 기대하며 지난해 80억 원을 들여 알루미늄 외장재 코팅 자동화 설비를 들여놨다. 하지만 새 설비를 제대로 돌려보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오 대표는 “매출 비중이 높았던 미국 유럽 베트남 등에서 하루아침에 발주가 끊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든텍에서 물건을 받아가던 대형 컨테이너 트럭 수는 코로나19 이전 하루에 7대였다가 지금은 1대에 그친다.

공장에는 직원 130여 명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 중이었다. 3월까지 이들은 65명씩 나눠 주간과 야간 8시간씩 조업했다. 하지만 4월부터는 모두 한번에 출근해 8시간만 근무한다. 인력의 절반이 남는 셈이지만 최대한 일을 나눠 가며 버티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공장에서 다른 직원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작은 실수로 직장이 혹시라도 문 닫을까 봐 조심한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 감염으로 문까지 닫으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든텍의 현실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처한 상황의 축소판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거의 문을 닫으면서 한국의 자동차부품업계는 빈사 상태에 놓였다. 4월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수출한 금액은 모두 10억2000만 달러(약 1조2500억 원)로 1년 전보다 49.2% 줄었다.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월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이 각각 49.6%, 44%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닛산 로그의 북미 수출 물량을 대체할 새 일감을 구하지 못하면서 수출 감소폭이 83.2%나 됐다. 쌍용차도 지난달 수출 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68.1% 줄어든 711대에 그쳤다.

자동차부품업계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억눌렸던 구매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 생존할 수 있게 도움을 달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오 대표는 “근로자들의 고용을 지킬 수 있도록 자동차부품의 30% 정도를 일시적으로라도 정부가 수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책기획실장은 “규모가 커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품사도 적지 않다. 부품사들이 경영 및 고용을 유지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이든텍#자동차부품업체#코로나19#조업 단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