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리쇼어링’ 속도날까…정부 ‘U턴기업’ 종합지원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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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수도권 유턴기업 지원 강화와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밴처케피탈(CVC) 허용 검토 등 그간 정치적 논쟁을 우려해 금기시해 온 정책들을 선보였다. 결국 대기업의 투자가 경제 회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 등 핵심 대책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발표를 미루고 있어 기업의 투자 환경을 본질적으로 개선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턴기업 지원 강화

정부가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들고 나온 정책은 ‘산업 경제 구조의 과감한 혁신’이다.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개선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유턴기업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세제, 입지, 보조금 지원 확대 방안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유턴기업이 최대 100%까지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인 ‘해외사업장 생산량 50% 이상 감축’ 조건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해외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줄여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법인세 등을 깎아준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지방으로 유턴한 기업에만 기업 당 최대 100억 원의 보조금을 줬지만 이를 수도권으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으로 돌아온 기업들이 공장 부지 마련과 시설 투자에 비용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보조금을 주고 있는데 비수도권 보조금을 2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수도권 유턴기업에도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도권 공장 총량 범위 내에서 유턴기업을 우선 배정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책은 담기지 않았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돌아왔을 때 받을 수 있는 대책을 신설하면서도 정작 핵심 규제인 입지 부분은 건드리지 않은 것이다.

수도권으로 기업이 쏠릴 것을 우려한 지방과 환경 시민단체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유턴기업 종합대책’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 입지 규제의 핵심은 결국 상수원 보호 등 환경 규제”라며 “범부처 유턴 유치단이 수도권 유턴을 원하는 기업을 1대1로 지원하며 환경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분적 금산분리 완화도 담겨

그간 금산분리 규정으로 막혀 있던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 보유도 검토하기로 했다. CVC는 대기업이 벤처에 투자한 뒤 기업 인프라를 활용해 벤처 기업을 지원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지주회사는 금융업으로 분류되는 벤처캐피털을 보유할 수 없는데 벤처 투자 활성화와 대기업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이를 허용해주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구글이나 인텔 등의 대기업이 CVC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가 부분적이나마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한 것은 그동안 금기시돼 온 규제를 풀지 않고서는 기업들의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18년에도 대기업의 CVC 보유 허용을 추진하려다 특혜 논란에 휘말리며 이를 접었었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CVC 허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번번이 금산분리 원칙에 막혀 제자리에 머물렀던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 장벽이 사라진 데 대해 환영하고 나섰다. 그동안 지주사 체제가 아닌 삼성, 한화 등 대기업과 일부 금융회사가 CVC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지주사 체제인 SK, LG 등 주요 기업들은 CVC 설립 자체가 불가능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 CVC를 통한 투자는 섣부른 인수합병(M&A)이나 자체 기술 개발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라며 “반대로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도 잘 갖춰진 모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 대기업이 투자를 통해 여러 벤처기업의 지분을 가질 경우 사실상 계열사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부처 간 이견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의 투자 유보금이 벤처 업계로 흘러들어간다는 순기능과 벤처 기업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CVC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판 뉴딜은 기대 못 미친다 반응도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경제 정책의 주축인 한국판 뉴딜도 이날 공개했다. 5년간 76조 원을 투자해 ‘디지털’과 ‘그린’ 두 개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해 기존 주력 산업을 대체한다는 내용이다. 금융 교통 유통 헬스케어 등 15개 분야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시스템의 일부를 민간의 클라우드 서버로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의 대부분의 내용이 농어촌 마을과 학교에 초고속 인터넷 및 와이파이를 공급하고 어린이집과 보건소 등에 고효율 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등 기존 대책을 확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정책도 담겼다. 30년 이상 된 노후 도로의 포장을 다시 하고 현행 설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도로를 개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노후 터널, 철도, 댐 등을 보수하고 부산항 제2신항, 새만금신항, 울산신항 등 42조 원 규모의 제2차 신항만 개발계획은 최대한 빨리 추진하기로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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