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주춤했던 채용시장 ‘언택트’로 기지개

송혜미 기자 입력 2020-05-19 03:00수정 2020-05-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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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서초구 KOTRA 본사에서 한 구직자가 일본 기업 인사담당자와 화상면접을 보고 있다. KOTRA는 자택에서 면접을 보기 어려운 구직자를 위해 화상상담장을 면접장으로 개방했다(오른쪽 사진). 고용노동부·KOTRA 제공
최근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의 공채 서류전형에 합격한 이준호 씨(27). 이 씨는 14일 면접을 보러 서울 서초구 KOTRA 본사를 찾았다. 정장을 갖춰 입은 그가 향한 곳은 컴퓨터 한 대만 달랑 놓인 좁은 방. 면접관은 아무도 없었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이 씨가 마우스를 움직여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이 씨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곧이어 일본 현지의 면접관 모습도 잡혔다. “곤니치와(안녕하세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약 30분간 화상면접이 진행됐다.


○ ‘언택트’로 활기 찾는 채용시장
매년 상·하반기에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일자리대전’이 열린다. 면접과 취업 상담, 취업전략 설명회 등이 이뤄지는 최대 규모의 해외취업 박람회다. 지난 한 해에만 5300명의 구직자가 몰릴 정도로 해외취업 정보에 목마른 청년들에게는 중요한 행사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부는 올해 박람회를 언택트(untact·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달 14∼22일까지(토, 일 제외) 7일 동안 열리는 ‘2020 해외취업 화상면접 주간’ 행사가 그것. 강연부터 면접까지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비대면 박람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14일 화상면접을 치른 이 씨는 이튿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일본 현지 IT 회사로 입사가 최종 결정된 것. 이 씨는 “대면면접보다 훨씬 긴장이 덜 됐다. 회사 관계자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입사하게 되니 신기하고 얼떨떨하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화상면접을 속속 도입하는 등 코로나19로 중단한 신규 채용을 재개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면접뿐만 아니라 필기시험도 이달 말 온라인으로 치르기로 했다.


해외취업 화상면접 주간에 열린 취업설명회도 온라인으로 열렸다. 기존에는 박람회장에 구직자들을 모아 진행했지만, 14일 설명회는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졌다. 네덜란드 기업에 취업한 한 구직자는 이날 앱에 동시 접속한 50여 명의 구직자에게 취업 방법을 알려줬다. 그는 채팅창에 올라온 질문에 일일이 답변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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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를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비대면 설명회는 처음이지만 구직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앱 조작법을 모르는 구직자들이 있고, 연결 문제도 종종 발생해 공단이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취업 준비도 비대면으로
채용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 방식도 바뀌고 있다. 화면에 비치는 표정과 제스처에 집중해 면접을 준비한다는 것. 취업준비생 A 씨(24·여)는 “모의면접을 아예 비대면으로 하거나 만나서 하더라도 화상회의 앱을 켜고 화면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서로 피드백을 해 준다”고 설명했다.

기존과 다른 면접 방식에 혼란을 느끼는 구직자도 있다. 취업준비생 신재철 씨(26)는 “대면면접을 하면 표정이나 몸짓으로 나를 어필할 수 있지만 이제는 오직 말하는 내용과 말투만으로 나를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신 씨는 “질의응답에 충실하면 돼 부담이 덜하다고 느끼는 구직자도 있지만 내 경우엔 비언어적으로 나를 표현하는 게 더 자신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채용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오프라인 면접장을 찾아와 화상면접을 보는 구직자도 적지 않다. 집에서도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면접을 볼 수 있지만 실전 같은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해외취업 화상면접 주간에 참여한 구직자 304명 중 81명이 KOTRA 본사에 마련된 상담장에서 면접을 봤다. 신 씨는 “집에서 화상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개인 PC는 화면도 작고 소음을 컨트롤할 수 없어 불편했다”며 “무엇보다 집을 배경으로 하면 어수선해 보이고 스스로 긴장도 덜 된다”고 했다. 그는 14일 면접을 위해 경북 경주에서 일찌감치 출발해 서울 KOTRA 본사를 찾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이 주된 채용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도 관심이다. 3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비대면 채용 도입에 찬성하는 걸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낮출 수 있어서’(31.9%)와 ‘채용 절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27.5%), ‘새로운 채용 방식 도입의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23.1%) 등이 이유였다.

코로나19 이후 상시 채용 과정에서 화상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카카오 관계자는 “화상면접에 따른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원자들의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검토해 화상 인터뷰를 유지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언택트#채용시장#코로나19#비대면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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