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문구-철물점? 침대없는 팝업스토어 연 시몬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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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에 하드웨어 스토어… 2030세대 줄서서 찾는 명소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에 문을 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3개월간 운영되는 이 매장은 200여 종의 문구와 공구, 잡화류를 판매하는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자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시몬스 제공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에 문을 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3개월간 운영되는 이 매장은 200여 종의 문구와 공구, 잡화류를 판매하는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자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시몬스 제공
침대가 나오지 않는 침대 광고를 방송해 화제를 모았던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이번에는 침대 없는 철물, 문구점 팝업스토어를 열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는 인증샷이 넘쳐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에 있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가 그 주인공이다.

이달 1일 문을 연 이 매장은 다섯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침대는 사실 들어갈 자리도 없다. 사방 벽을 따라 알록달록 예쁘게 포장된 공구와 문구류, 기타 잡화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다. 목장갑, 노트, 연필, 줄자, 작업복, 헬멧, 소화기, 박스 테이프, 양말 같은 물건들이다. 기자는 수요일 점심시간과 일요일 저녁시간에 방문했는데 두 번 모두 20, 30대 남녀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매장에는 한 번에 네 명만 입장할 수 있고 일단 들어가면 꽤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공간은 시몬스 브랜드 창립 150주년을 맞아 한국 시몬스 침대가 3개월간의 프로젝트로 기획했다. 자체 크리에이티브 팀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공간 기획부터 제품 선정, 매장 운영까지 맡았다.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한 발자국 골목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데, 원래는 꽃집이 있던 자리다. 7월에는 이 공간이 이천 시몬스 테라스로 옮겨간다. 벌써부터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자는 제안, 쇼핑몰에 입점해달라는 제안도 받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화보 촬영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 가장 잘 팔리는 건 작업복과 안전모

목장갑, 노트, 안전모 같은 독특한 상품을 판매하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내부. 한국시몬스 제공
목장갑, 노트, 안전모 같은 독특한 상품을 판매하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내부. 한국시몬스 제공
그동안 시몬스 침대는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프리미엄 침대 판매에 집중해 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침대를 강조하지 않는 홍보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에는 경기 이천시 본사에 카페, 공연장, 지역 농산물 장터와 박물관을 결합한 복합 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만들었다. 올해에는 지하철과 슈퍼마켓 등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강조하는 TV 광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시리즈를 방송했다. 공익광고지만, 내용이 심각하지 않고 위트가 있어 재밌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에 문을 연 성수동 팝업스토어에도 침대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무료로 나눠주는 사진엽서에만 시몬스가 침대회사임이 잠깐 언급될 뿐이다. 그 대신 20세기 초중반에 쓰였던 전단지 그림, 배송 기사들이 착용하는 작업모 디자인 등을 통해 은근하게 브랜드의 150년 역사를 알리고 있다. 시몬스 브랜드전략 총괄 김성준 상무는 “일방적으로 브랜드의 찬란한 유산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그 대신 이를 기념하고 즐기기 위해 브랜드를 매개로 지역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소통하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을 펼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홍보용 매장이지만 물품 판매도 기대 이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일평균 약 200명이 이 가게를 찾고 250만 원어치의 상품이 팔린다. 싼 것만 팔리는 것도 아니다. 매장 담당 직원 김우주 씨(28)는 “의외로 많이 나가는 상품은 7만 원짜리 작업복”이라고 말했다. 일명 ‘점프슈트’라고 불리는, 상하 일체형 작업복은 이 매장에서 가장 비싼 제품이다. 오픈 2주 만에 150벌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웬만한 옷가게보다 낫다. ‘인스타 감성’에 맞고, ‘힙’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1만 원짜리 안전모도 800여 개 팔렸다고 한다. 기자는 작은 소화기(1만 원)를 선물용으로 2개 샀다.

○ 오늘보다 내일이 더 재밌는 브랜드로

침대는 소비자가 매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제품이 아니므로 팝업스토어 운영이 단기적으로 시몬스의 침대 판매를 얼마나 돕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프리미엄 침대는 주로 20∼40대가 결혼할 때 혼수로 처음 구입하는 품목이니만큼 이러한 타깃 세대와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 김 상무의 설명이다.

김 상무는 또 “요즘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를 소비자들이 부담스럽게 느낀다. 따라서 팝업스토어를 통한 은근한 마케팅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에게 일회적인 감명(impression)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에 대해 갖는 느낌(perception)을 평소부터 잘 가꾸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자연스러운 마케팅을 위한 도구로서 팝업스토어의 활용도는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성수동에서 팝업 공간을 대여하는 업체, 필라멘트앤코의 최원석 대표는 하드웨어 스토어를 비롯한 일련의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시몬스가 ‘소비자들이 먼저 궁금해하는 브랜드’가 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의 감성에 맞춰 소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이 브랜드는 존중해주고 싶다’, ‘이 브랜드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매일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기자는 저녁 약속을 마치고 9시쯤 다시 그 앞을 지나다가 훈훈한 광경을 보았다. 50대 주민으로 보이는 남성이 불 꺼진 매장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아내의 인증샷을 찍어주는 모습이었다. ‘요즘 감성’은 특정 세대만 공유하는 것이 아닌, ‘요즘 소비자’가 나누는 정서인 듯했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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