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한일 롯데 경영권 모두 장악… 호텔롯데 상장 속도낼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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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선임… 주주들 상장 설득하는 데 힘 실려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투명성 제고… 한-일 롯데간 시너지 확대도 기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됐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에 이어 명실상부 한일 롯데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를 합쳐 120여 개 기업, 임직원 19만여 명, 매출 약 90조 원 규모(2018년 기준)의 기업을 이끌게 됐다. 신 회장은 앞으로 호텔롯데 상장과 한일 롯데의 시너지 모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창업자 신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7년부터 공석이었던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에 신 회장이 추대돼 다음 달 1일부터 회장직을 수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다. ㈜롯데, 메리초콜릿, 지바마린스,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도넛저팬 등 30여 개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던 신 회장은 2018년 2월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2월 복귀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2015년부터 이사 선임을 요청했지만 주주총회에서 2019년까지 6차례 부결되며 경영 복귀에 실패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일본 롯데 경영진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이사회 회장이란 무게감으로 의사결정에 더 큰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을 모두 책임지면서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호텔롯데 지분의 99%가량을 광윤사, 일본 롯데홀딩스(지주사 사업부문), L투자회사(지주사 투자부문) 등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호텔롯데 상장에 미온적인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힘이 실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기업 공개에 부정적이었고 이에 동의하는 주주들이 있었다”면서 “신동빈 회장은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줄곧 일본 주주들에게 이야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고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 주주들의 지배력을 낮추는 한편 롯데지주와 합병해 호텔롯데 지배하에 있는 계열사들을 지주회사 내에 편입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체제가 더욱 공고해진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롯데지주를 통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신 회장에 버금가는 지분 11.1%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데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을 지배하고 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선임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 사업 간 시너지 확대도 기대된다. 한국 롯데보다 30년가량 빠른 1940년대부터 제과사업을 해온 일본 롯데와의 기술 제휴, 트렌드 공유 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 호텔 사업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신 회장은 이달 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부문에선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면서 “일본에서도 호텔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롯데그룹#신동빈 회장#롯데홀딩스#호텔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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