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주유소… AI 편의점… 허태수 “디지털 혁신만이 살길”

지민구 기자 입력 2020-03-13 03:00수정 2020-03-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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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다음 100년 키우는 재계 뉴 리더]
<9> ‘디지털 전환’ 속도 내는 GS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를 빠져나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들어서는 길목에 다다르자 ‘GS칼텍스 스마트 위례 주유소’라는 낯선 이름의 주유소가 눈에 띄었다. 한 30대 직장인이 전기자동차 충전을 위해 플러그를 꽂고 있었다. 그는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EV 인프라(infra)’로 요금을 미리 결제했다. 배터리 충전까지 20분이 걸린다는 것을 앱으로 확인한 뒤 주유소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배터리 충전 후 전기차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직장으로 이동한다는 그는 일주일에 이틀가량 스마트 위례 주유소를 찾아 충전을 한다. 이 직장인은 “주유소는 기름을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기차 충전도 가능해 정기적으로 찾는다”고 말했다.

스마트 위례 주유소는 GS칼텍스가 지난해 2월 ‘미래형 주유소’로 구축한 곳이다. 스타트업 오윈과 협업해 자동결제 시스템을 갖췄고, 그린카와 협업해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며, 무인 반자동 세차 등도 서비스한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GS칼텍스의 스마트위례주유소 전경. 기름만 넣는 일반 주유소와는 달리 전기자동차를 급속 충전할 수 있는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로 꼽힌다. GS칼텍스 제공
특히 GS칼텍스는 미래형 주유소에서 전기차 충전, 자동결제, 차량공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집되는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새로운 에너지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기차와 차량공유 서비스 확산으로 휘발유 등 석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주유소를 오게 할 방안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전략을 통해 찾겠다는 것이다. GS칼텍스에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위디아 추진팀 관계자는 “주유소를 단순히 기름을 넣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는 ‘오프라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허태수 식 혁신’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고, 기존 핵심 사업에서 연관된 영역으로 신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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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GS의 새로운 사령탑이 된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GS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 GS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해오던 디지털 혁신을 그룹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오른쪽)이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열린 '스탠퍼드 디자인 싱킹심포지엄에 참석해 래리 라이퍼 스탠퍼드 디자인센터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GS그룹 제공
실제로 재계 안팎에선 허 회장을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 부른다. GS홈쇼핑을 이끌 때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감지하고 이를 경영 전략에 반영하는 그룹의 ‘센서(감지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GS홈쇼핑을 이끌던 2011년부터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 전략을 직접 이끌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으로 약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성공시켰다. GS홈쇼핑은 스타트업 투자와 협업을 통해 얻은 디지털 전략 노하우를 접목해 모바일 앱 기반으로 쇼핑 사업을 확장했다. 그 덕분에 GS홈쇼핑은 업계 최초로 2017년 취급액 4조 원을 돌파했다.

허 회장은 2014년 당시 GS홈쇼핑의 자회사 ‘GSL 랩스’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하고 직원들을 파견했다. GS홈쇼핑 직원들이 실리콘밸리의 첨단 디지털 기술과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GS그룹이 지난해 11월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할 때도 허 회장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은 올해 2분기(4∼6월)에 설립될 예정으로 현지에서 첨단 디지털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역할을 맡는다.

○ 혁신 의지 강해지고 추진 속도 빨라졌다


허 회장은 이달 11일 GS그룹을 이끌게 된 지 100일째를 맞았다. 기간은 짧지만 GS그룹 안팎에선 그룹 DNA가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 의지가 강해졌고 전략 추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유통 부문 계열사인 GS리테일이 최근 서울 중구 BC카드 본사에 ‘미래형 편의점’인 GS25 스마트점의 문을 기존 계획보다 빨리 연 게 대표적이다. 이 편의점을 찾은 고객은 스마트폰 앱에 있는 QR코드를 대면 들어올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인공지능(AI) 기술이 반영된 34대의 카메라가 동선과 구매 행동을 분석한다. 매장 안에는 계산대도, 별도로 근무하는 직원도 없다. 안면 인식, 자동 스캐너 등 AI 기술 기반의 자동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영수증은 앱을 통해 자동 발송된다. 고객이 들어오고 나갈 때는 AI 스피커가 상황에 맞게 인사를 건넨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의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핵심이 GS25 미래형 편의점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했다.

GS칼텍스 역시 허 회장 취임 후 더 빠르게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최대 ICT 기업인 네이버와 디지털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GS칼텍스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시스템을 활용해 미래형 주유소에서 수집된 고객들의 주유, 전기차 충전 등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과감한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정유·에너지업계에서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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