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씨티銀 ‘금감원 키코 조정안’ 거부… 신한-하나銀도 부정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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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걸릴수도’ 우려 작용… 6개 은행중 우리銀만 받아들여
씨티銀 “기존 판결 맞춰 보상할것”… 일각 “금감원이 무리한 추진” 비판

KDB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이 금융감독원에서 권고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조정안을 결국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배상 권고를 받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등도 금감원 조정안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이 권고한 피해 기업(일성하이스코)에 대한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씨티은행은 아직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존 판결에 비춰 적정 수준을 보상하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일부 불완전 판매를 했다며 분쟁 조정을 신청한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147개 기업은 금감원 조정안을 토대로 은행과 자율 조정에 나설 방침이었다.

조정안을 통보받은 은행은 신한은행(150억 원), 우리은행(42억 원), 산업은행(28억 원), 하나은행(18억 원), 대구은행(11억 원), 씨티은행(6억 원)이다. 이 중 현재 조정안을 받아들인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현행 규정상 분조위 조정안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어서 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은행들이 금감원 조정안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것은 배임죄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계약이 무효·사기라는 기업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은행 손을 들어줬다. 더욱이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사안에 대해 은행이 배상해주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2018년 취임과 동시에 키코 재조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고 결국 배상 권고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해 분쟁 조정 권고안을 발표하며 “은행 입장에서 배상을 결정하면 시장 신뢰를 높이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배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고 조정 결정을 밀어붙였다.

6일까지 배상 여부를 금감원에 통보해야 하는 신한, 하나 등 나머지 은행도 조정안 수용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사외이사들의 반대 입장이 완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마저 최종적으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금감원이 무리하게 배상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도 애초 대법원 판결이 났고 소멸시효까지 지난 건을 무리하게 처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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