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수입 줄었는데…국내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17시 08분


코멘트
자료사진© News1
자료사진© News1
경북 고령군에서 2만 마리 규모의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돼지 1마리를 판매할 때마다 오히려 13만 원을 손해보고 있다. 돼지 한 마리를 110~120㎏(1등급 이상) 수준으로 키우는 데 생산 원가만 32만 원이지만 도매는 19만 원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돼지고기 소비가 급감한 영향”이라며 “돼지 5000마리 농가 기준으로 한 달에 1억 원가량의 경영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같은 상황이 3개월만 더 지속되면 국내 돼지 농가 상당수가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더해지면서 국내 농축수산물 생산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산 수입이 줄어들면서 국내 생산물 가격이 회복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전반적인 외식 수요가 줄며 주요 품목의 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돼지고기다. 10일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2월 6일까지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1㎏ 기준)는 2906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평균 도매가인 3505원보다 17% 하락한 것으로 2011년 이후 10년 내 최저 수준이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018년 이전까지 월 단위 4만 t 이하로 관리되던 국내산 돼지고기 재고량이 지난해 8만 t까지 치솟았다”면서 “도매가가 생산원가보다 낮아 적자를 보는 상황이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채소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주요 농식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년 대비(10일 기준) 대파(―38.6%), 무(―34.5%), 시금치(―53.2%), 양파(―10.6%), 건고추(―13.8%), 애호박(―14.3%) 등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러시아산 킹크랩 가격도 폭락했다. 중국 공급이 막힌 러시아산 물량이 국내에 대거 풀린 영향이다. 수산물 정보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산 킹크랩(블루·A급·대 기준)은 1㎏당 5만 원대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평년 시세인 7만~8만 원보다 최대 40%가량 낮아졌다.

딸기 사과 배 등 과일도 평년보다 5~10% 저렴한 가격에 도매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한 대형 백화점 바이어는 “국내외 판매가 부진해 딸기처럼 저장 기간이 짧은 품목부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과일 농가는 지난해 태풍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외식 수요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외식산업경기지수는 3분기(7~9월) 66.01보다 0.33포인트 떨어진 65.68을 기록했고 올 1분기(1~3월) 전망치도 71.86에 불과했다. 이 수치가 100 이하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의미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실제 지수는 전망치보다 5포인트가량 낮은 경우가 많다”면서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 이슈로 한식 중식 등의 업종이 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 관련 업계는 소비 진작에 나섰다. 이마트는 평소 5주간 판매할 물량인 삼겹살 200t과 목심 50t을 14~16일 3일간 30%가량 저렴한 100g당 990원에 판매한다. SSG닷컴도 이마트와 동일한 내용의 돼지고기 판매 행사를 진행한다. 롯데마트는 한돈 자조금협회와 함께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13일부터 16일까지 국내산 돼지고기 150t을 확보해 삼겹살과 목살을 100g당 990원, 앞다리를 590원, 뒷다리를 350원에 판매한다. 이달 말에는 경남 ‘밀양골사과’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판촉 행사를 열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마이홈플러스 회원에게 주요 신선 식품을 최대 50% 할인해준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