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주저하지 않고 위기때 재빠르게 대처… 쥐띠 CEO가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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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지분 5%이상 1800명중 124명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쥐띠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이다. 2020년은 경자(庚子)년으로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흰쥐의 해로 불린다. 흰쥐는 무리를 거느리는 우두머리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변화에 민감하며 생존 능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재계 리더들이 자신들의 해를 맞아 쥐의 특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1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개별 상장사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개인 주주 1800명 가운데 124명(6.9%)이 쥐띠생으로 조사됐다.

출생 연도별로 보면 2020년 환갑을 맞이하는 1960년생이 52명(41.9%)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1960년생 CEO는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다.

최 회장은 재계에서도 변화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하고 내부 구성원과 원만히 소통하는 등 ‘수평적 리더십’을 갖춘 오너로 꼽힌다. 최 회장은 지난해 사내 구성원들과 100차례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다. 유명 TV프로그램 형식을 빌린 패널토론이나 ‘보이는 라디오’와 같은 공개방송 형식을 빌리는 등 매회 격식을 파괴한 진행 방식과 진솔한 답변으로 임직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이 회장은 새해 누구보다도 과감하고 발 빠른 경영 스타일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CJ그룹은 내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 회장의 결단에 따라 불필요한 자산을 선제적으로 매각하면서 ‘곳간’을 튼튼히 하는 데 힘쓰고 있다. 30일 단행한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임원 승진 규모를 과거보다 30%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재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여러 인수합병(M&A) 거래로 채무가 급증했지만 이 회장이 빠르게 상황에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도 1960년생 쥐띠다. 정 회장은 경영 판단을 할 때 매우 신중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이 건축·산업 자재 등 한 우물만 파 사업을 일군 것처럼 정 회장도 부친의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신속하게 움직인다. 세계 2위 실리콘 제조사인 모멘티브 인수 건이 대표적이다. 인수액만 약 3조4000억 원에 달하지만 정 회장은 과감한 베팅으로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40대인 1972년생 쥐띠 CEO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박관호 위메이드 이사회 의장 등 30명(24.2%)으로 집계됐다.

젊은 오너인 정 회장은 2007년부터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며 이른바 군대식 조직 문화를 수평적으로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3, 4년에 한 번씩 한 달 휴가를 주는 안식 휴가제가 대표적이다.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패션기업 한섬과 가구업체 현대리바트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룹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박 의장의 리더십은 ‘열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이사직은 내려놨지만 직접 새해 출시 예정인 신작 게임 개발 과정을 보고받으면서 직접 의견을 내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게임 개발자로서의 열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1948년생 쥐띠 주주는 총 32명(25.8%)으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이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쥐는 위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면서 조직을 풍요롭게 성장시키는 동물”이라며 “쥐띠 사업가는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 리더십 스타일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기업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쥐띠 인사가 다수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에 대표이사나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198명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쥐띠 경영인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과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으로 모두 1960년생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과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 조경수 롯데푸드 사장 등도 동갑내기다.

최고령 전문경영인은 1936년생 유원영 한국전자홀딩스 사장이다. 최연소 전문경영인은 1984년생 윤강혁 슈펙스비앤피 사장과 엄재현 포레스팅블록체인 사장이 있다.

지민구 warum@donga.com·신무경·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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