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주형 일자리’ 박병규 前 기아차 지회장 결국 사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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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기아차 노동조합으로부터 제명 결의를 당한 박병규 전 기아차 노조 광주지회장(현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 특별보좌관)이 기아차를 떠난다.

1일 기아차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현재 광주시에서 사회연대일자리 특별보좌관을 역임하고 있는 박 전 지회장이 2일 사직한다. 박 전 지회장은 1990년 아시아자동차(현 기아차 광주공장)에 입사한 뒤, 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 윤장현 전 광주시장 시절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돼 광주형 일자리를 만드는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 4월 기아차 노조는 광주형일자리 추진에 앞장선 박 전 지회장 등을 노조에서 제명하겠다고 결의했다. 광주형일자리 반대 투쟁을 해온 기아차 노조의 노선에 반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다. 박 전 지회장은 현재 광주시에서 특별보좌관을 하고 있지만, 기아차에서는 휴직으로 처리돼 있어 노조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전 지회장은 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6월 특보일을 마치고 복직을 해도 3년 동안 복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유권 해석을 받았다”면서 “재취업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복직을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또 다른 (노동관련)할 일이 있지 않겠냐 싶어 사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안팎에서는 현재 기아차 노조의 투쟁 방향과 박 전 지회장의 입장이 맞지 않아 사직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기아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박 전 지회장이 굳이 회사에 남을 이유가 없다. 제명까지 하겠다고 한 마당에 아쉬울 것이 있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특보는 “사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지만 지금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현 노조가) 말로는 광주형일자리에 반대하고 있지, (대안으로)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기아차 노조에 따르면 박 특보는 최근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 등을 위한 이른바 ‘하방연대’ 노동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보는 “노동 운동을 30년 하면서 제명을 3번이나 당했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노동 운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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